같은 중국산 제품도 해외서 사와…춘제 기간 45만명 일본 방문, 1조원 소비
중국 당국이 2015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7% 안팎으로 잡고 두자릿수 고속성장시대 종료와 뉴노멀시대 진입을 인정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정작 자국민은 아랑곳없어 보이는 분위기다.
올해 춘제(구정) 연휴기간에 외국으로 떠난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요우커’의 수는 14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 2월 16일에서 21일까지 14만3000명의 자국민 단체 관광객이 6600개 관광단에 포함돼 홍콩·마카오·대만을 제외한 다른 국가로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이들의 여행 국가는 한국, 일본, 동남아 등 인접국을 주를 이뤘고 단체 관광객 외 개별 여행자까지 합치면 춘제 연휴기간 중 해외 여행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전년 대비 19.5% 증가한 1억700만명이 해외 여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인의 해외 총 소비액은 전년도와 비교해 18% 급증한 1400억 달러(약 15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춘제 연휴기간 10일 동안에만 45만여 명의 중국인들이 일본에서 60억 위안(약 1조503억원)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을 합하면 약 67만8000명으로 이는 전년 동기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중국 경제가 내수 침체에 빠져 있음에도 중국인들은 일본산 비데, 전기밥솥 등을 구매하고자 원정 쇼핑까지 나서고 있다. 인기 제품들을 ‘싹쓸이’하고 일부 요우커들은 소형 컨테이너를 대여해 비데와 전기밥솥 등을 싣고 오는 등 엄청난 소비력을 보여 중국에서 ‘비합리적 소비형태’라며 사회문제로 거론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들이 사온 제품들이 사실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알려지며 원정쇼핑을 가는 요우커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지난 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은 중국인들이 원정쇼핑을 통해 사온 일본산 비데가 사실을 중국 항저우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관계자들은 중국 소비자들이 같은 중국산이어도 해외에서 파는 제품이 더 좋을 것이라는 잘못된 소비자의 인식 탓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항저우의 비데 공장 관계자는 “일본 수출용과 내수용 비데는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고 그 기능 또한 일치하는데 왜 먼 일본까지 가서 더 비싸게 사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중국 브랜드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도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국가가 내수 침체에 직면해 있을 때 일본에 쇼핑하러 몰려가는 중국인 관광객이 자랑거리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