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클래스스토리] 리갈, 아버지서 아들로… 60년 이어온 ‘한국 신사화의 제왕’

입력 2015-03-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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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이어웰트’ 기법 적용… 해외 명품과 어깨 견줘

피고 지는 주기가 빠른 패션계에서 60년이란 시간 동안 자신의 위치를 묵묵히 지켜왔다는 것은 경의를 표할만한 일이다. 왜냐하면 60년 된 제품이 지금까지 명성을 지키려면 전통은 기본이고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대를 대표하는 가치를 완벽하게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시대의 흐름과 고객의 요구를 읽어가며 완벽을 향해 진화해가고 있는 신사화가 있으니 바로 금강제화의 ‘리갈(REGAL)’이다.

한국 전쟁의 영향으로 소비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1954년, 금강제화가 창립과 함께 선보인 리갈은 이름의 뜻 ‘제왕’처럼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튼튼한 품질의 제품으로 한국 남성들에게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1960년대 후반부터 금강제화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구두를 제작할 때 사용하는 굿이어 웰트 설비를 도입하고 고품질의 리갈을 대량으로 생산해 양질의 제품을 기다려왔던 고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이끌어 낸다. 실제 리갈 대표 모델인 ‘MMT 0001’은 1975년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지수 측정품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후 금강제화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한국인의 발 모양에 맞춰 족형를 최적화하고 소재와 자재, 컬러를 업그레이드 시키며 다양한 스타일의 리갈을 선보였다.

그 결과, 리갈은 90% 이상의 재구매율에서 나타나듯이 한국 남성들에게 높은 브랜드 충성도와 변치 않는 사랑을 받아 연평균 30만 켤레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해왔으며, 지난해에는 누적 판매량이 1000만 켤레를 넘어섰다.

◇기본에 충실한 정통성= 리갈의 꾸준한 인기는 소재 선택과 공정, 품질관리, 출고 및 고객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본에 충실한 그 정통성에 있다. 금강제화는 리갈 제작시 소재의 재단과 제갑부터 숙련된 기능자들에 의해 사전 기술지도를 진행하고 조립, 완성단계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품질 검사를 진행한다. 또한 완성 후에도 직접 손으로 전수검사를 진행해 높은 품질 경쟁력을 지켜가고 있다.

특히 국내 제화업체로서 유일하게 존롭(John Lobb), 벨루티(Berluti) 등 해외 명품 구두 브랜드가 사용하는 ‘굿이어 웰트(Goodyear Welted) 제법’으로 리갈 대표 모델들을 제작하고 있다. 1879년 미국의 찰스 굿이어가 개발한 최상위 구두 제작법으로 중창에 코르크를 삽입, 웰트를 어퍼(가죽)와 인솔(밑창)과 함께 박음질하는 기술인 굿이어 웰트 제법은 몇 겹의 가죽을 한 번에 꿰매고, 다듬고 손질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구두에 비해서 3배의 공정이 더 필요하다.

리갈과 같이 굿이어 웰트 제법으로 만들어진 구두는 안쪽 중심 부분에 코르크가 삽입되어 신을수록 착용한 사람의 발바닥 굴곡에 맞게 자리잡게 되어 오래 신을수록 편안할 뿐 아니라 통기성이 우수해 발이 쾌적하다. 또한 정교한 수작업 박음질로 제작돼 견고하다.

◇고급화, 기능 접목을 통한 소비층 확대= 금강제화는 60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 온 리갈의 영속성을 더욱 키워가기 위해 제품의 고급라인을 운영하고, 기능성을 접목한 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층을 늘려가고 있다.

먼저 리갈의 프리미엄 라인인 ‘헤리티지 리갈(Heritage Regal)’을 통해 수입 구두 브랜드들이 넘쳐나는 시장 속에서 한국 정통 신사화로서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헤리티지 리갈은 지난 1999년 리갈의 고급 한정판으로 선보인 이래 일반, 세븐, 블랙 등 3가지 라인으로 운영된다. 기성화로는 30만원부터 150만원대의 제품이 있으며, 소재나 제법 등에 따라 맞춤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특히 2009년에는 신사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7가지 구두를 엄선해 ‘헤리티지 세븐(Heritage Seven)’을 선보였고, 2010년에는 최상의 소재와 구두장인의 제법과 사상 등의 기술력을 담은 최고급 라인인 ‘헤리티지 블랙(Heritage Black)’을 출시해 국내 클래식 구두 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헤리티지는 브랜드이자 편집숍으로도 운영되는데 매년 7월 ‘헤리티지 세븐데이’라는 행사를 개최하고,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해 그 가치와 함께 매년 15%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며 고급 수제화 시장에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리갈은 남성 구두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지난해 4월 아시아 최초로 고어텍스 서라운드(GORE-TEX SURROUND) 기능를 신사화에 접목한 ‘리갈 고어텍스 서라운드’를 출시한 것이다. ‘리갈 고어텍스 서라운드’는 내피에만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했던 기존 제품와 달리 바닥창에도 방수, 투습 기능이 뛰어난 고어텍스 멤브레인(GORE-TEX Membrane) 소재를 사용해 장시간 착화시에도 쾌적함이 유지된다. 또한 통기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펀칭 처리한 바닥창에는 프로텍티드 레이어를 삽입해 이물질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무중창 제법으로 제작해 굴곡성이 뛰어나고 발포 소재를 밑창에 사용해 무게도 가볍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윙팁 스타일에 블랙, 다크 브라운, 브라운 등 고급스러운 컬러로 제작되어 비즈니스 룩에 세련된 느낌으로 매치할 수 있다. 이러한 리갈 고어텍스 서라운드의 장점은 입소문을 타고 출시 1개월 만에 1만2000켤레가 팔려 나간데 이어 매월 2000켤레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클래식 열풍 타고 젊은 층 인기= 최근 리갈은 패션시장에 불고 있는 클래식 열풍을 타고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리갈의 대표 모델 MMT0001이 지난해 총 3만6000 켤레가 판매된 가운데 20∼30대 고객이 1만1000 켤레(31%)를 구입해, 1954년 리갈이 첫 선을 보인 이후 처음으로 20∼30대의 구매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이는 2010년 리갈 MMT0001 전체 구매층의 20% 초반에 불과했던 20∼30대 구매 비율이 지난해에는 주 고객인 40대(34%), 50대(32%)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 것이다. 리갈 MMT0001의 인기는 리갈의 전체 판매량을 2013년에 비해 5% 증가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리갈 MMT0001의 인기는 최근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모던 클래식의 열풍을 타고 복고적인 콘셉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레스 룩이나 클래식을 모티브로 하는 캐쥬얼 룩에 두루 신을 수 있는 구두로 리갈이 주목 받고 있기 때문으로 금강제화 측은 분석했다. 금강제화는 리갈의 고객층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캐쥬얼 감성을 담은 ‘리갈 스트리트’ 라인을 속속 출시해 젊은 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금강제화는 2013년부터 리갈에 젊은 층이 선호하는 클리퍼솔을 접목한 ‘리갈 101V’를 출시해 3900켤레를 판매하며 고객 확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에 지난해에는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을 적용한 신제품 16종을 선보여 1만6000켤레로 판매량을 늘렸다.

올 들어 리갈 스트리트 라인을 30종으로 더 늘려 판매량을 늘리고 젊은 층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 결과 리갈 스트리트 라인의 대표 모델인 ‘리갈 101V’은 트렌디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큰 호응을 얻어 젊은 층들에게 매월 1000 켤레 가량 판매되고 있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리갈은 한국 대표 신사화로서의 정통성은 유지해오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는 고객의 요구를 읽어가며 디자인에 혁신을 해왔기 때문에 최신 트렌드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부터 정통 신사화를 선호하는 중, 장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남성화로 사랑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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