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얇아지는 모바일 디바이스

입력 2015-03-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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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래 IHS Technology 디스플레이 소재팀 이사

1947년 등장한 ‘에니악(ENIAC)’은 대략 높이 7m, 길이 24m, 폭 1m에 중량만 30톤에 달했다. 작년 말에 나온 ‘아이폰6’는 세로 138.1mm, 가로 67mm, 두께 6.9mm, 무게 129g이다. 아이폰은 주머니에 쏙 들어갈 뿐만 아니라 에니악보다 몇 배나 성능이 우수한 모바일 컴퓨터다. 또 에니악은 세상에 한 대뿐이었지만, 아이폰은 전 세계에서 연간 1억5000만대가 넘게 팔리고 있다.

이런 우수한 컴퓨터가 사람들 주머니 속에 하나씩 있다는 것이 현대 사회의 중요한 점이고, 최근 성장동력으로 회자되는 사물인터넷(IoT)의 출발선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히 전화 통화를 하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대신해서 세상의 시스템과 소통하는 신분증이 되고 있다. 곧, 나 대신 또는 나도 모르는 새에 시스템과 소통하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IoT 시대가 열리면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태블릿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나온 ‘아이패드 에어2’는 2010년에 나온 최초의 아이패드보다 두께가 53% 줄었고 무게도 40% 가벼워졌다. 반면 같은 디스플레이 크기에서도 해상도는 4배나 향상됐다. 이러한 성능 향상은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그간의 노력이 차곡차곡 쌓여 일궈진 것이다. 그늘에 있는 개발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현재 가능한 기술로 봤을 때,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박형화와 경량화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차세대 기술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이 적용되면 또 한차례 큰 도약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가볍고 얇다는 것은 모바일 디바이스들이 추구해야 할 미덕이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커버글라스가 깨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때때로 무리하게 얇게만 만드는 것이 과도한 집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의 추세로 봤을 때,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한동안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박형화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제품의 신뢰도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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