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네 봄이 오네
2월이 졸업과 퇴직의 달이라면 3월은 입학과 출발의 달이고, 2월이 겨울의 끝이라면 3월은 봄의 시작이다. 산천의 기운이 달라져 춘광이 도래하는 게 눈에 보인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의 제1악장 아련하고 보얀 음악이 어울리는 시기이다. 대지에 봄이 다시 찾아와 겨울을 이긴 초목들이 새로 피어나는데, 안개가 낮게 깔린 들판으로 꿈과 희망에 찬 젊은이가 천천히 걸어 나간다…. 음악만큼 아름다운 해설문의 일부다.
춘광명미(春光明媚), 당연히 이렇게 말하긴 아직 이르지만 봄경치는 아름답다. 미(媚)는 예쁘다, 아름답다, 아양을 떨다, 요염하다는 단어이니 명미는 밝고 예쁘다는 말이다.
이즈음에 딱 맞는 시는 포은 정몽주(1337~1392)의 ‘춘흥(春興)’이다.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더니/밤 깊어 희미하게 빗소리 들리네/쌓인 눈마저 녹아 남쪽 개울에 물 불어날 텐데/새싹은 얼마나 돋아났을까[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 雪盡南溪漲 多少草芽生]’
지금은 꽃샘바람도 부는 때다. 고려 중기의 문신 이규보(1168~1241)는 ‘투화풍(妬花風)’이라는 시에서 ‘꽃 필 땐 세찬 바람 잦으니/사람들이 꽃샘바람이라 한다[花時多顚風 人道是妬花]’고 말문을 연다. 그러면서 이규보는 “조물주가 비단을 가위질한 듯 꽃을 피우는데 어찌 그 고움을 시기해 세찬 바람을 불게 하겠느냐, 바람이 만약 하늘의 명을 어긴다면 하늘이 어찌 죄를 주지 않을까, 노래하고 춤추는 것은 원래 바람의 일이니 꽃샘바람은 잘못된 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