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자행된 혐한 시위, 써니 소신발언 왜 중요할까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5-03-0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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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써니(뉴시스)

3.1절 일본 도쿄 중심가 긴자에서는 혐한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대는 3.1절을 겨냥한 시위라고 스스로 밝혔다. 시위의 요점은 ‘3.1 만세 운동이 조선인의 폭동일 뿐 항일 독립 운동이 아니다’라는 주장이었다. 한일 외교 마찰의 단골손님 독도를 내놓으라는 구호와 반인륜적인 구호도 난무한다. 일본 내에서도 국제사회의 규탄을 자아내는 인종차별 시위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정작 아베 정권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써니는 3.1절 오전 자신의 SNS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글과 함께 태극기를 게재했다. 파장은 컸다. 곧바로 지지 의견이 줄을 이었지만 문제는 일본 네티즌의 과격한 반발이었다. 일부 일본 네티즌은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반일감정이라니... 두 번 다시 일본에 오지 말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SNS상에서 국내 네티즌과 일본 네티즌의 격한 대결 양상이 펼쳐졌다.

3.1절을 보낸 현재, 써니의 사례에서 한류의 온상 일본과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우리 스타들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써니에 대한 일본 네티즌의 비난은 수평 관계가 아닌 수직 관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라는 비아냥거림과 “두 번 다시 일본에 오지 마라”라는 말은 이성적 비판이 아닌 감정적 경고다. 한류스타의 부와 명예가 스스로의 능력, 노력이 아닌 일본이라는 경제대국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 스타에 대한 일본 대중의 비상식적 비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김태희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일본 로토제약에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수 년 전 김태희가 동생 이완과 함께 스위스에서 독도를 홍보하는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시위에 나섰다. 혐한주의자들은 “독도가 어떻게 한국 땅이냐”며 “독도(다케시마)를 모르는 바보 김태희를 퇴출하라”고 공격했다. 김태희가 일본 드라마에 본격 진출하며 인기를 얻던 시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지 네티즌의 눈치를 보는 상황도 허다하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 최고의 한류스타가 된 김수현, 전지현은 생수 CF의 ‘장백산 논란’에 대해 처음 “하차”를 검토했지만 이내 굴복하고 CF를 진행해 국내 네티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셀럽(celeb)’의 발언은 때때로 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세한다. 이효리, 김제동, 김장훈, 故 신해철 등은 정치, 사회적 발언을 통해 연예인을 넘어선 사회 인사로 거듭났다. 이를 ‘소셜테이너’라 부른다. 정치인, 또는 사회ㆍ문화 전문가와 달리 연예인들의 발언은 좀 더 대중적이라는데 다른 영역을 형성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발언이 긍정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판명하기 이전에 가장 대중 친화적이라는 점에서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던져주고, 이는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의 발전 요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때문에 셀럽의 발언은 소신이 있어야 하며 국익, 역사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여전히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 주장하고, 한류스타에 대해 비인격적 인종차별을 일삼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소녀시대로서 1년에도 수차례 일본에 가 공연하는 써니의 3.1절 소신발언이 대중적 지지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의 우익 세력은 지금도 “한류는 날조된 것”이라며 혐한 시위를 벌인다. 현대판 식민사관이 여전히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는 지금 우리 한류스타의 소신행보는 가장 바람직한 사회적 행보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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