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6일 배우자 있는 사람이 간통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241조에 대해 재판관 7(위헌):2(합헌)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규정이 1953년 제정된 이후 62년 만이다.
헌재는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 결정권을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간통행위에 대해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 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헌재는 "부부 간 정조의무나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나 재산분할청구 등에 의해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오히려 간통죄가 이혼에 대한 책임이 더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은 단순히 윤리와 도덕적 차원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며 합헌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 등은 "현행 민법상 부부가 이혼할 경우 가정 내 경제적·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미흡한 상황에서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에는 가정의 소중함은 뒤로 한 채 오로지 자신의 사생활의 자유만을 앞세우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2008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간통 혐의로 기소된 5466명 중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은 공소취소로 무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당초 간통죄로 기소돼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10만여명으로 추산됐으나, 지난해 형벌 법규에 대해 위헌결정이 내려질 경우 마지막 합헌결정일 이후 재판을 받은 사람에게만 재심청구권을 인정하는 입법이 이뤄져 5000여명으로 줄었다.
그동안 헌재는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차례 합헌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