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당시 공약한 채무탕감ㆍ긴축반대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 목소리 높아져
그리스 정부가 자체 경제 개혁정책안 제출을 조건으로 구제금융 연장에 합의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과의 갈등이 아닌 내부적인 강경파의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그리스 구제금융 연장 합의가 ‘승리’라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자평에도 집권당인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내부에서는 총선 당시 공약한 채무탕감과 긴축 반대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자의 원로인 마놀리스 그레조스(92) 유럽의회 의원은 “정부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내용이 아닌 이름만 바꾸고 있고 이는 고기를 생선이라고 부르는 일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그레조스 의원은 “채권단인 트로이카를 ‘기관’, 각서를 ‘합의문’, 채권자들을 ‘파트너’로 변경해 부른다고 이전 상황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며 지적했다.
소피아 사코라파 시리자 유럽의회 의원 역시 시리자로서는 현행 구제금융을 거부하는 외에는 정치적 정당성이 없다고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의 측근인 존 밀리오스 재정 고문은 그레조스의 의원의 발언을 자신의 트위터에 인용하기도 했다.
시리자가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당내 비판세력은 개혁정책안의 의회 통과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자 그리스 정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가브릴 사케라리디스 정부 대변인은 “그레조스 의원은 마땅히 존경해야 하는 분이나 이번 발언은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모든 것을 3주 만에 바꿀 수 없고 정부가 마법 지팡이를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리스 외무차관 역시 정부가 부채탕감이라는 주요 목표를 버리지 않았고 부채 경감에 관한 협상은 구제금융 연장이 이뤄지고 난 후에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