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LGT, 편법 휴대폰 ‘기기변경’ 유도

이동통신사들이 자사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보조금 지급을 내세워 휴대폰 단말기의 '기기변경’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보조금내역서’를 출력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전화를 걸어 ‘기기변경’을 유도하고 있다.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의 경우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가입자가 홈페이지에서 ‘보조금내역서’를 출력해 대리점 등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통사들은 전산망을 통해 ‘보조금내역서’를 출력하는 가입자를 포착해 추가 보조금을 내세워 ‘기기변경’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기기변경’을 유도하기 위해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데다 가입자가 홈페이지에서 하는 개인적인 행위를 이통사가 전산을 통해 확인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불법의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A사의 홈페이지에서 ‘보조금내역서’를 출력하자 곧바로 A사 고객센터에서 “번호이동을 하려고 한다면 추가로 보조금을 더 줄테니 기기변경을 하지 않겠냐”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B사에서도 홈페이지의 '보조금내역'을 조회한 후 출력 버튼을 누르자 B사의 고객센터로부터 "기기변경시 보조금외 추가 할인을 드리는 행사를 진행 중"이라는 기기변경 유도 전화가 왔다.

‘보조금내역서’를 출력하는 가입자 대부분이 ‘번호이동’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기기변경'을 유도해 자사 가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문제의 소지는 있지만 보조금내역서를 출력하는 가입자는 대부분이 번호이동 즉, 타사업자로 이동한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고객센터에서 가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전화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위는 지난 3월 휴대폰 보조금 지급이 합법화되면서 시작됐고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시작해 KTF와 LG텔레콤까지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보조금 합법화 이후 ‘보조금내역서’를 출력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기기변경’을 유도하는 것이 하나의 마케팅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시작했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어 중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F와 LG텔레콤의 경우 현재까지도 '보조금내역서'를 출력하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기기변경' 유도를 위한 전화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기본 보조금 이외에 추가로 지급되는 보조금은 약관 위반으로 불법이며, 고객이 보조금 확인을 하거나 보조금 내역서를 출력하는 행위를 이통사가 전산을 통해 확인해 ‘기기변경’ 유도 등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확인 절차를 거쳐 정식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