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추모콘서트, 누구를 위한 공연인가?

입력 2015-02-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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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CA 엔터테인먼트)

가수 신해철이 ‘복막염 및 심낭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한지 105일이 지났지만, 아직 의료 과실 여부에 대한 경찰의 수사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신해철 가족을 돕기 위한 추모 콘서트도 공동 주관사의 고소 고발로 이어지면서 본래 의미가 퇴색하고 말았다. 신해철은 이미 사망했지만, 그를 둘러싼 잡음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신해철의 추모 콘서트는 3개 주관사에서 공동으로 진행했다. 공연 대관, 티켓 판매를 담당한 H업체, 신해철 소속사인 KCA 엔터테인먼트, 공연기획사 메르센 등이다. 지난 해 12월 27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넥스트 유나이티드 콘서트’는 팬들의 관심 속에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큰 돈은 아니지만 수익도 났다. 한 공연 관계자는 신해철 가족에게 위로금을 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논란은 H업체에서 수익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시작됐다. 당시 공연을 기획한 메르센은 지난 달 29일 서울북부지검에 H업체 A대표를 횡령 및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메르센은 소장에서 “A대표가 인터파크로부터 티켓 판매 수익금 8800만 원을 받았지만, 정산을 미루고 있다. (H업체는) 현재 수익금 중 1000만 원씩 3회에 걸쳐 입금한 상태지만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갚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5800만 원도 개인 채무를 갚는데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H업체 법률대리인은 “미지급 금액이 있는 것은 맞지만 공금을 개인 채무를 갚는데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메르센 측의 주장은 사실 관계가 다르다. 메르센 측은 A대표가 미지급 금액을 전혀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이미 3000만 원 가량을 지급했고 미지급한 금액도 변제를 약속하고, 회사의 채무에 대해 개인적으로 보증하고 ‘강제집행 수락의 의사표시’ 공증증서까지 작성해 주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가 있었고, 공연 주관사 메르센이 허위 사실을 적시한 유인물을 배포했고, 신해철 소속사 KCA 엔터테인먼트가 일부 수익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내세우며 맞고소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상업적이다. 한마디로 돈벌이를 목적으로 벌이는 행위다. 가장 ‘핫’한 스타를 데려와 공연을 열고 수익을 챙긴다. 가수는 개런티를 받고, 공연 제작사는 이윤을 남기는 가장 이상적인 상거래 형태다.

하지만 신해철 추모 콘서트는 다르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진행한 콘서트가 아니란 말이다. 이 공연에 넥스트 1기부터 7기까지 멤버들이 참여했다. 개런티는 일괄 신해철 가족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신해철의 빈자리를 채운 가수 이수, 신성우, 김진표, 김원준, 홍경민, 김성면, 안흥찬(크래쉬), 변재원, 지우(에메랄드캐슬) 등도 노 개런티로 참여했다. 이런 그들이 바라보는 공연 제작사 3사의 모습은 어떨까. 이들은 분명, 공연 업체들이 신해철을 앞세워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는데 급급했다고 생각할 게 뻔하다.

작금의 논란은 돈 때문에 잘못된 생각을 한 업체의 이기주의가 빚어낸 문제였다. 계약대로 공연을 진행하고, 수익을 나눴다면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3개의 공연사는 감정싸움은 배제하고, 상호간의 계약대로 일을 마무리 짓길 바란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업체 간의 시시비비가 아니라, 신해철의 남겨진 가족이 희망을 갖고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가족에게 돌아갈 위로금을 메르센 측이 선지급하면서, 신해철 가족은 한 시름 놓았다.

걱정은 또 있다. 신해철 부산 추모 콘서트의 성공여부도 불투명하다. 티켓 판매도 저조하다. 공연 업체의 분란, 뮤지션들의 반감이 이어지면서 부산 공연도 삐걱거리고 있다. 오는 28일 부산 롯데호텔 아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은 예정대로 치러지지만, 이 상태라면 전국투어 공연은 희망적이지 않다.

대중들 뿐 아니라 신해철 팬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이제라도 갈등을 해소하고, 찢어진 마음을 봉합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공연이었던가? 신해철 가족들이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공연이 아니었던가. 공연 업체들은 이번 공연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이 아닌 신해철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는 공연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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