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추천하는 인물로 감사와 사외이사 선임…일동제약 경영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
허일섭 회장이 이끄는 녹십자 그룹이 최근 일동제약에 이사진 선임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일동제약 경영권 분쟁이 1년 만에 재점화됐습니다.
녹십자 측은 지난 6일 다음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일동제약 이사진 3명 중 감사와 사외이사 등 2명을 자신이 추천하는 이사로 선임하겠다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일동제약에 발송했다고 9일 밝혔습니다.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일동제약 이사진 3명은 △이정치 대표이사 회장 △이종식 감사 △최영길 사외이사 등으로, 주주제안서 발송에 따라 열리게 될 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 감사와 사외이사를 녹십자가 추천하는 인물로 선임토록 한다는 것입니다.
주주제안은 지분율 1% 이상인 주주가 주주총회 논의 의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요. 녹십자의 주주제안서에 문제가 없다면 일동제약은 이를 주총 안건으로 반영해야만 합니다.
즉 녹십자가 주주제안서를 발송함에 따라 향후 열리게 될 주총에서 자신이 추천하는 인물로 이사진을 선임함으로써 일동제약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주총에서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측과 2대 주주인 녹십자 측의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날 현재 최대주주 측 지분은 32.52%로 녹십자 측(29.36%)과는 단 3.16%P 차이가 나는데 불과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분 관계만 놓고봤을 때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대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다시금 나오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앞서 녹십자 측은 지난해 초 추가로 확보한 일동제약 지분을 바탕으로 일동제약 경영권에 간섭한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 열린 일동제약 임시 주총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안정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추진한 지주사 전환이 녹십자 측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경영권 분쟁 1라운드에서는 녹십자 측이 승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일동제약 지분 10% 가량을 보유하고 있던 피델리티 펀드는 녹십자 측과 손잡고 지주사 전환 반대 의사표시를 했었습니다.
특히 녹십자 측이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135억원 가량을 투자해 일동제약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측 지분을 넘어서게 되는데요. 이 경우 녹십자가 적대적 M&A를 통한 일동제약 경영권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녹십자 측은 “이번 주주제안서 발송은 적대적 M&A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 행사 차원”이라면서 적대적 M&A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일동제약 측도 녹십자의 이사진 선임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 발송을 두고 “적대적 M&A(인수·합병)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