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진단 시장의 진화] 혈액검사로 MRI·조직검사 대체… 진단의학의 혁명

입력 2015-02-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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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업체 연구개발 구슬땀

현대의학으로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혹은 질병을 파악하기 위해 내시경과 MRI, 조직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비싼 검사비용과 함께 환자의 고통까지 동반하는 등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여러 단계의 복잡한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질병을 파악할 수 있는 진단의학 기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혈액 한 방울이면 ‘OK’ = 5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 바이오기업들은 진단의학 시장에서 기술을 개발하며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다.

바이오벤처기업 에이티젠은 암세포를 파괴하는 NK세포의 활동성을 측정할 수 있는 엔케이뷰키트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암 예방, 암환자 사후 모니터링, 동반진단 등에 쓰이며 1ml의 소량 혈액 채취만으로 검사 결과를 이틀 이내에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에이티젠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달 16일 코스닥 상장 전 단계인 기술성 평가를 신청했다. 회사 측은 올 6월 상장을 기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파나진은 혈액을 통해 대부분의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인 ‘c-melting’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에는 질병의 장기 조직샘플에서 DNA를 추출해 이를 바탕으로 수술이나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조직을 채취하지 않고 혈류 속을 순환하는 종양의 DNA를 탐지해 분석한다. 초고감도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 환자가 수술 후 치료 경과를 확인하기 위한 조직샘플 확보에 따른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포피아는 전립선암 진단 바이오마커로 사용되고 있는 ‘Free PSA 진단키트’의 CE인증을 승인받고 지난해 12월부터 유럽에 공식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인포피아가 2013년 출시한 면역진단기기 ‘SelecOn’은 3방울의 혈액을 통해 심장질환, 암, 갑상선질환, 감염성질환 등의 질병을 측정할 수 있다. 그동안은 전립선암의 혈액진단 바이오 마커로써 PSA가 많이 사용됐지만 Free PSA와 동시에 진단할 경우, 전립선암의 진단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이 제품은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약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미주, 중국 등까지 판매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암진단뿐만 아니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랩지노믹스는 혈액만으로 태아의 유전질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비침습산전기형아검사(NIPT) 개발을 완료하고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갔다. 유전체 해독에 소요되는 비용·시간을 줄인 ‘NGS’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산모들이 바늘을 이용해 양수를 빼낸 뒤 검사하는 과정을 줄였다. 랩지노믹스 측에 따르면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수 이상 검출 정확도는 99% 이상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아이센스는 혈액 내 혈당의 농도를 검출하는 혈당측정기기를 개발했다.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서 기존에는 혈액이 4㎕가 필요했다. 4㎕라고 하면 손가락에서 피가 ‘주르륵’ 흐르는 정도의 양을 말한다. 하지만 아이센스는 혈액을 0.5㎕만 사용해 혈당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측정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 30초에서 5초로 단축했다.

이외에도 씨젠은 자궁경부암 진단 기술, 진매트릭스는 B형 간질환자의 간암 진단 기술, 인트론바이오는 MRI조영제 기술을 바탕으로 항암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의료진 연구 개발도 활발 = 진단의학 기술은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국내 의료진들에 의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최의영 교수와 진단검사의학과 이경아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혈액 중 DNA염기서열을 분석해 비후성 심근증 발병과 관련있는 유전자변이를 선별하고 심근조직의 건강성을 판정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했다. 지금까지는 심근증이 있는지 알기 위해 다양한 검사와 진단기술, 조직검사 등이 진행돼야 했다. 하지만 혈액을 채취해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질병을 확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정회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혈액 속의 당 사슬구조를 이용해 90% 이상의 진단율을 가진 위암 진단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바이오마커의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혈액 속 미세 당 구조를 질량분석 기술을 이용해 정밀하게 분석하는 ‘글라이코믹스 기반 암 진단’ 기술을 개발한 것. 이 기술은 미래창조과학부 연구성과 사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고 기업에 이전해 위암 진단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최만호 박사와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은경 교수 공동 연구팀은 식물성 스테롤 대사이상 질환을 차별화할 수 있는 진단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병의 진단을 위해 외국에 검사를 의뢰하고 8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것을 국내에서 24시간 만에 확인할 수 있도록 크게 단축시켰다.

병원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아야 알 수 있었던 질환을 빠른 시간 안에 확인할 수 있는 진단의학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잠재력 또한 무궁무진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tia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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