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t 목선에 수백명… 지옥船을 봤다”

입력 2015-02-0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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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선 대한해운 선장, 伊난민 387명 구조공로 한국해기사협회 감사패

“후손들에게 목숨을 잃기 직전에 한국 선장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구조됐다는 사실을 꼭 전하겠다. 한국 선장의 인도주의적 정신을 후대에 널리 알리겠다.” 구조된 난민들.

대한해운 조명선(52) 선장은 지난해 9월 난민들이 구조돼 기뻐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는 당시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한국인이자 선장이란 사실이 참으로 가슴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조 선장은 지중해에서 조난 선박에 탄 난민 387명 전원을 구조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해기사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지난해 9월 11일 오후 5시 55분께 대한해운 소속 7만t급 벌크선 AMS 페가수스I호의 조명선 선장은 지중해를 항해하다가 긴급 구조요청을 받았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서 온 구조요청으로 “선박이 침몰하고 있다. 배를 돌려 구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조 선장은 선사에 “침몰하는 배에서 사람을 구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가봐야겠다”고 보고하고 나서 곧바로 배를 돌려 20여㎞를 달렸다.

그는 “10t 정도 돼 보이는 목선이었는데 난민으로 보이는 수백명이 타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출퇴근 시간 서울 지하철 객차를 떠올릴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이들은 내전과 폭력을 피해 소형 목선을 타고 바다로 나온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난민들이었다.

그는 난민들이 타고 있는 목선에 배를 부두에 고정할 때 쓰는 굵은 밧줄을 연결하고 나서 배를 목선에 붙였다. 곧바로 사다리를 내려 목선에 타고 있던 난민 387명을 모두 구조했다. 최초 구조요청을 받은 지 5시간여 만이었다.

조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조난자들을 구조한 후에 환자는 선내 응급실에서 치료하고 임신부에게는 선내 객실을 제공했다.

또 신속하게 조난자에게 음식과 식수를 제공해 추가 인명피해를 막았다.

조 선장은 난민들을 태우고 항해해 이탈리아 인근 부두에 난민들을 내려줬다.

조 선장은 “선장으로서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도 인명을 가장 중시하라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구조하러 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임재택 해기사협회장은 “조 선장은 난민 선박 조난자 378명 전원을 구조하고 응급환자들을 배려해 인명사고를 막아 우리나라 해기사의 명예와 위상을 드높여 감사패를 줬다”고 말했다.

▲조난선은 낡고 오래된 소형 목선에 387명이 빼곡히 승선한 상태로 약 15일간 표류 중이었고, 조난자 대부분이 노천 갑판에 장기간 방치돼 있어 탈진상태였다. 사진은 구조 장면. (사진=한국선주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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