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인 친한파 인물…한국 통일정책에 대해 다양한 조건 하기도 해
‘나치 독일’이라는 부끄러운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독일의 양심 파수꾼’ 리하르트 폰 바이츠체커 전 독일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1984년부터 1994년까지 서독 및 통일 독일 대통령을 지낸 그는 나치 독일의 어두운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985년 서독 의회에서 한 2차대전 종전 40주년 기념 연설에서 폰 바이츠체커 전 대통령은 “5월8일(종전기념일)은 독일에도 ‘해방의 날’”이라며 “유죄든 아니든, 젊었든 늙었든 우리 모두 과거를 받아들여야 하고 우리는 모두 과거의 결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이에 대한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누구든 과거에 대해 눈 감는 사람은 현재를 볼 수도 없고 독일인들은 꾸밈이나 왜곡 없이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제대로 된 회고 없이는 화해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1990년 당시 서독 총리 헬무트 콜과 함께 폰 바이츠체커 전 대통령은 독일 통일을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했고 일부에서는 그동안 상징적 의미에 머물렀던 독일 대통령직의 영향력을 크게 확장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친한파 인물로도 알려진 그는 종종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의 통일정책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40년 지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폰 바이츠체커 전 대통령의 별세 소식에 “독일로서는 큰 소실”이라고 애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가 종전기념일이 독일에도 ‘해방의 날’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독일의 자기인식에 중용한 의미를 띤 불가피하고도 명료한 언급이었다”라고 말했다.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 역시 유족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그는 위대한 인간이자 걸출한 국가 정상(대통령)이었다”며 ‘평화롭고, 통합된 유럽’을 지향한 고(故)인의 노고를 높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