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롯데, 내부 일감 몰아주기로 택배업도 발 담그나?

입력 2015-01-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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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택배시장 진출이 사실상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롯데측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로지스틱스는 지난 21일 롯데쇼핑으로부터 온라인배송센터 물류설비와 시스템 등을 95억 9000만원에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롯데로지스틱스는 B2C 신규사업을 위한 물류 관련 인프라 확보를 통한 온라인 배송센터 운영 역량강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작년 9월 롯데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인수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롯데의 택배시장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롯데로지스틱스가 롯데쇼핑 온라인 배송센터 물류설비 등을 인수한 것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롯데는 택배시장 진출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택배업체들이 시장 포화로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화주인 롯데가 택배시장에 진입할 경우 그룹물량을 소화하며 내부거래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대기업 횡포라는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롯데그룹이 택배업 진출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데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택배시장은 온라인 쇼핑 성장에 힘입어 급속히 성장했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09년 연간택배물량은 10억 상자에서 지난해 15억상자로 늘었다. 4년 만에 50%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외형성장과는 달리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택배단가가 지속해서 인하되면서 출혈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화주인 롯데의 등장은 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롯데그룹은 이미 물류사업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롯데그룹의 물류 규모는 5조~6조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롯데그룹 내 물류사업을 담당하는 롯데로지스틱스가 2조원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데 2013년 매출 2조1553억 원 중 94%를 내부거래로 올릴 만큼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업계에서는 현대로지스틱스에 대한 투자로 통해 롯데의 택배시장 진출이 어느 정도 가시화됐다고 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는데 현대로지스틱스가 이런 롯데쇼핑의 물류 물량을 담당하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될 거란 얘기다.

특히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옴니채널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과도 맞물린다. 옴니채널이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쇼핑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백화점 마트 편의점 홈쇼핑 복합쇼핑몰 인터넷몰 모바일쇼핑 등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의 미래 전략으로 지난해 3월부터 신 회장이 직접 추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라고한다면 온라인서비스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존 온라인 서비스를 하지 않았던 롯데계열사들이 온라인에 진출하게 되면서 나오는 물량도 커질 것”이라며 “그 물량이 전체 택배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가 되지는 않겠지만 롯데그룹 물량이라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롯데그룹이 롯데로지스틱스와 현대로지스틱스를 합병해 향후 그룹 지배구조 관점에서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롯데는 ‘이지스1호’라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현대그룹 구조조정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사들였다. 현재 현대로지스틱스의 대주주는 ‘이지스1호’로, 이지스1호의 지분은 오릭스가 35%, 롯데쇼핑이 35%, 현대상선이 30%씩 보유하고 있다.

특히 롯데는 오릭스가 투자기간 종료 후 현대로직스틱스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투자금회수가 목적인 사모펀드의 특성상 결국 롯데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물류라는 것이 생산물류, 공장물류, 판매물류, 택배물류 등 흐름이 연결이 돼야 하기 때문에 현대로지스틱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합병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런 점에서 향후 롯데 그룹의 지배구조 관점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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