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ㆍ2008년에 설립 시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핀테크 바람 타고 한국형모델 찾기 분주
금융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연내에 국내에서도 온라인에서만 영업하는 은행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보통신(IT)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기반의 은행 서비스 제공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다수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만들어졌지만 아직 활성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국형 모델을 찾기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이 벌써부터 분주해지고 있다.
◇금융권,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추진 박차 = 금융위원회는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방안에 대한 태스크포스(TF) 운영을 통해 세부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출입기자단 세미나에서 “지금까지는 금융사업이 IT를 서비스품질을 높이는 데 활용했다면 최근의 핀테크는 IT가 금융 부문에 직접 진출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국내 환경에 맞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방안을 내년 중으로 마련하는 한편 해외사례 등을 감안해 전자금융업자의 자본금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 은행들도 연초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최근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스마트폰에서도 대부분의 상품을 상담하고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수준의 통합플랫폼 ‘IBK One뱅크’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금융 서비스를 오프라인 점포 없이 인터넷과 콜센터 등의 비대면 채널을 통해 제공하는 은행이다. 오프라인 사무공간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앴기 때문에 점포 운영 비용이나 인건비가 크게 절감되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로선 예금·대출 등에서 보다 유리한 금리 또는 각종 서비스에서 저렴한 수수료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또 은행의 영업전략에 따라 IT업체·통신·유통회사 등과 연계한 다양한 제휴 서비스 혜택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시·공간을 뛰어넘는 고객과의 양방향 소통과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해외에서는 지난 1995년 미국에서 SFNB(Security First Network Bank)가 처음으로 설립됐다. 이후 영국, 일본 등에서도 다수의 인터넷 전문은행이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 활성화 되지는 않고 있다.
◇두 번의 실패…성공 가능성과 풀어야 할 과제는? = 국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세우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SK그룹 등 대기업들과 안철수 연구소 등 벤처기업들이 힘을 합쳐 가칭 ‘V-뱅크’라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또 2008년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규제개혁 바람을 타고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추진됐지만 당시 인터넷 전문은행의 최저 자본금을 500억원으로 하고 업무범위 제한, 대면을 통한 실명확인 완화 방안, 소유 및 지배구조 문제 등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해 좌초됐다.
실패 사례만 봐도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패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활성화 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만 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본인이 직접 점포를 방문해야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금융실명제법이 높은 장벽이다. 점포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 콜센터를 활용해 예금이나 대출 등 업무를 하는 만큼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치 않고서는 존립 자체가 어렵다.
실명확인 문제가 해결되면 기존 은행을 비롯해 교보생명, 한국투자금융, 러시앤캐시 등 금융전업자본도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인터넷뱅킹 상에서 다른 금융회사의 공인인증서로 활용하는 방안과 ARS로 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방안 등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화상통화나 생체 인식 등의 방안도 검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재 1000억원으로 설정된 최소자본금도 대폭 낮추고, IT회사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할 수 있도록 기존 금산분리 조항을 신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이를 위해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전자금융 사고 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실시간 전자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얼마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판매 가능한 상품의 범위도 심사 과정이 복잡한 대출 등에선 전통 은행에 비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