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헌 농기계조합 이사장 "혼탁한 선거에 자진 사퇴"… 선거규정 비밀투표 위배 지적도
차기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첫 예비후보자 사퇴가 나왔다.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이번 선거가 흑색비방을 넘어 돈 선거 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같은 날 이번에 개정된 선거 규정이 비밀선거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일부 예비후보자들로부터 제기되면서 중기중앙회장 선거전이 점차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12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한상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날 제25대 중기중앙회장 선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총 8명의 예비후보자 중 한 사람이었던 한 이사장은 최근 선거 과정이 과열되면서 생기는 각종 부작용들을 우려하며 결국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이사장은 "이번 중앙회장 선거는 역사상 유례없이 8명이나 되는 후보가 출마함에 따라 벌써부터 과열과 혼탁, 흑색비방선거를 넘어 돈 선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누군가는 이 혼탁한 선거에 대한 경종을 울려 음해와 금권선거를 배척하고,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살신성인해야 한다는 시대적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중앙회장 선거로 인해 중앙회와 협동조합의 명예가 더 이상 실추돼서는 안 되고, 특히 각 업종의 최고 대표자인 회장들과 이사장들의 자존감이 훼손되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남은 선거기간 동안 근거없는 허위사실 유포,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 금품과 향응제공 등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이사장의 사퇴로 현재 25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뛰어든 예비후보자들은 김용구 전 중기중앙회장, 박성택 아스콘연합회장, 박주봉 철강구조물조합 이사장,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 윤여두 농기계사업조합 이사장, 이재광 전기조합 이사장, 정규봉 정수기조합 이사장 등 7명이 됐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각 후보자들은 580여개 중기중앙회 소속 조합 중 10%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본격적인 선거에 나설 수 있다. 추천은 최대 20%까지 받을 수 있어 실제 7명 가운데 최종 선거에 나설 수 있는 후보자는 3~4명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중소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한 이사장의 사퇴를 기점으로 연이은 후보 사퇴, 단일화 등의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선거 규정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후보자들에게 본인을 추천한 사람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민주주의 선거 원칙 중 하나인 비밀선거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후보자 추천기간 이후엔 해당 사항을 출력할 수 있도록 중기중앙회 임원선거 규정이 개정돼 불법선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주봉 철강구조물조합 이사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면서 선거규정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결국 차기 중기중앙회장을 두고 각 조합과 이사장들의 '연합전선'이 형성될 수 있고, 이것이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부 예비후보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다른 경제단체와 달리,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권한이 막강해 선거전도 매우 치열하다"며 "이 같은 후보자 사퇴와 규정 논란 등과 같은 이슈들은 다음달 선거 당일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오는 18일부터 후보자 피추천인 등록을 받고, 26일부터 30일까지 최종 후보자를 확정한다. 선거일은 다음달 2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