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얼음 해부학

- 강규호 아리움 디자인 대표

얼음을 세치 혀로 해부할 때마다 매번 긴장감이 돈다

손 끝에 힘이 평행을 이루지 못하면 순간 비상과 함께

추락하는 차가운 영혼

붉고 부드러운 메스에 닿기도 전

끝내 지상의 마지막 눈물로 화(和)하는 연약한 까닭에

너를 향한 나의 손길은 따스하다

단단한 표피에 메스를 갖다 대면

한 꺼풀 한 꺼풀

입속을 가득 채우는 얼음의 살짐

차고 시린 맛의 향연을 따라

메스 끝이 닳도록 너를 해부한다

목에 스민 갈증이 초토화될 때까지

오물오물

너를 향한 나의 메스 끝이 예리하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해부의 미학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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