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융 격변기 정본청원(正本淸源) 자세로 넘자

입력 2015-01-06 10:54수정 2015-01-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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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금융시장부장

우공이산(愚公移山), 중석몰촉(中石沒鏃), 초윤장산(礎潤張傘), 기자쟁선(棄子爭先).

새해가 되면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희망찬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그러나 올해는 재계는 물론 금융계도 힘겨운 한해가 될 것 같다. 연구단체들도 희망적 전망보다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살아남으려면 빠른 시장 대응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새해 금융권 CEO의 신년사도 격변의 시대에 살아 남아야겠다는 비장함이 서려 있다.

지난해 KB금융 사태와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선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방심하다간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다”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한 회장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고, 규제 환경의 변화로 금융산업도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할 때 작은 성취에 자만하거나 안주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지난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노조의 반발에 결국 해를 넘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첫 번째 과제로 양 은행의 조기 통합을 통해 그룹 시너지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은 우공이산(愚公移山·두려움 없이 일을 시작하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산을 옮길 수 있다)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실행’을 강조하고 혁신은 ‘실행’에서 시작한다며 임직원들의 실천 의지를 주문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영국의 역사가 토인비가 말 한 ‘위대한 문명은 외부의 가혹한 충격과 도전을 겪으며 탄생했다’는 말로 새로운 도전을 주문했다.

권 행장은 “외부의 충격과 도전이 없거나 적응하지 못한 문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며 “기술금융과 중소기업의 성공을 돕는 금융의 패러다임 변화를 확실히 주도하고 차별화된 상품과 비가격 서비스로 중소기업 금융의 절대강자의 위상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신년사는 다른 어느 CEO보다 직설적이고 강력했다. 신 회장은 중석몰촉(中石沒鏃)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임직원의 정신 자세를 강조했다. 쏜 화살이 돌에 깊이 박힐 정도로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면 무슨 일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이 고사성어의 뜻처럼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하라고 주문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바둑을 잘 두는 비결 중에 바둑돌 몇 점을 버리더라도 선수(先手)를 꼭 잡아야 한다”며 기자쟁선(棄子爭先)의 자세로 1위 수성 의지를 밝혔다.

위 사장이 시장 주도권 사수 의지를 피력한 것은 삼성, 현대 등 2위 그룹의 추격과 하나, 우리 등 신규 사업자들의 진출로 어느 해보다 카드시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권 CEO들이 새해를 시작하면서 비장한 각오를 밝히는 것은 괜히 엄살을 부리거나 조직 군기잡기용 발언이 아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5일 범금융인 신년인사회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을 보면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며 “국내 경제 패러다임이 급격히 뒤바뀌는 지각 변동기의 한복판에 있는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 총재는 “올해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의 엇갈림이 분명해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간 상호 연계성이 크게 증대된 상황에서 어느 한 국가의 금융위험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은 글로벌시장 위험과 함께 저금리, 저성장, 가계부채, 기업구조조정 등 대내 악재도 산적해 있다.

또한 IT와 금융이 접목되는 핀테크시장 선점 경쟁과 업종간 벽이 허물어지면서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격변기일수록 새로운 해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자기 자신의 문제점부터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해 금융권은 개인정보 유출, KB 사태, KT ENS 대출 사기, 모뉴엘 부실대출 등 수많은 사건·사고로 홍역을 치렀다. 모두 기본을 안 지켜서 발생한 일들이다.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한자성어로 정본청원(正本淸源)이 선정됐다. 금융권도 기본부터 바로 세우고 새로운 것을 촘촘히 시작한다면 어떤 파고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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