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세로의 승계작업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6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선 새해 들어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다음 순서로 지주회사 격인 제일모직을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앞서 작년에 삼성그룹은 3세 경영체제로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삼성테크윈 등 화학계열사 매각에 이어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 등을 추진했다.
현재 삼성의 창업 3세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그룹 내에서 지배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올려 순환 출자사 간 합병이나 분할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세가 3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그룹 내에서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를 위해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제일모직의 합병 시나리오로 삼성물산을 건설과 상사로 분리해 합병하는 방안과 분할 없이 바로 합병하는 방안 등 두 가지가 제시됐다.
무엇보다 두 회사의 합병 방안이 나오는 것은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1%와 삼성SDS 지분 17.1%를 보유해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것으로 삼성전자 지분 4.1%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예컨대 삼성SDS의 시가총액이 30조원 수준으로 늘어나 삼성전자(현 시가총액 196조원 수준)와 합병한다고 가정하면,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SDS 지분 17.1%는 삼성전자 지분 2.5∼2.6%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제일모직은 삼성물산 합병으로 삼성전자 지분 7% 가까이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중간지주회사 전환 등의 방안은 관련법 개정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며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면 시간과 비용을 덜 들이고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도 "제일모직은 합병과 보유 자사주를 활용해 삼성전자 지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작업이 주가 흐름 상 이르면 이달과 다음 달 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 주가는 상장 후 장중 최고 17만9천500원까지 올랐다가 전날 하한가를 기록해 14만4천500원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문제는 삼성물산의 분할 여부다.
삼성물산은 오랜 기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곳으로, 건설과 상사 부분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설 부문은 이재용 부회장 몫으로, 상사부문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몫으로 각각 분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삼성의 승계구도와 3세들의 지배력은 삼성물산을 쪼개서 어느 부문과 제일모직을 합병할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삼성그룹 측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개편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나 현재 합병 등 추가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방안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