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수가 데뷔 후 처음으로 사극에 출연하며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고수는 24일 개봉한 영화 ‘상의원’(제작 영화사 비단길, 배급 쇼박스, 감독 이원석)에서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 역을 맡아 천방지축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는 유쾌함과 왕비(박신혜)를 흠모하는 애절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고수는 “공진은 천재라기보다 자유로운 사람이다. 신분, 권력, 욕망에 있어 이상적인 인물이었다”며 “역사적으로 볼 때 그런 특이한 사람들이 사회를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고수는 이어 “개인적으로 유연석이 연기한 왕 역할이 더 끌렸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지만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왕의 내면에 들어가고 싶었다”며 “공진은 옷을 통해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옷을 남긴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사극을 처음 하는 나로서는 어려우면서도 재밌게 임했다”고 말했다.
고수는 천재 디자이너를 연기하기 위해 시대를 뛰어넘는 미적 감각을 표현해야 했다. 이에 그는 “현대적 시각이 아닌 조선시대 시각으로 보면 모든 게 새롭게 보일 것 같았다. 색감이나 질에 있어 왕비와 아녀자가 입는 옷들의 차이가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공진은 궁에 들어온 외부인이었지만 왕비를 보고 한눈에 반해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엄연히 국모인 그녀를 함부로 사랑할 수는 없었다. 이에 고수는 “아주 위험한 사랑이었다. 관객에게만 들킬 수 있는 사랑이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으로서 사모했다”고 말했다.
공진이 완벽을 추구하지만 부족함을 느낀 것처럼 고수는 연기자로서 언제나 만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고수는 “예전에는 우연을 바랐던 적도 있다. 그런데 아니다. 노력을 해서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감정을 다루는 일이지만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우연이 아니고 작업의 열매라는 말이 있다. 남을 부러워하기보다 스스로 느끼고 변해 가면 된다”고 말했다.
사진=장세영 기자 phototh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