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신작 '아이패드 에어2'를 공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얇은 태블릿'이라고 소개했다.
기자가 아이패드 에어2를 사용한 지난 2주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도 전작보다 대폭 줄인 두께였다. 아이폰 5S(두께 7.6㎜) 유저로서 휴대전화보다 부쩍 얇은 아이패드 에어2는 '내려놓기 싫은 태블릿'이었다.
아이패드 에어2의 두께는 6.1㎜. 전작(아이패드 에어)보다 두께를 1.4㎜, 무려 19%나 줄였다. 두 개를 겹쳐도 2010년형 아이패드보다 얇다.
딱 이어폰 단자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만큼의 두께만을 인심 좋게 내준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아이패드가 더 얇아진다면 호환할 수 있는 이어폰 단자 지름부터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게 역시 전작보다 30g 넘게 줄어 30분 이상 지하철에서 들고 있어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기자가 사용한 기기는 와이파이·셀룰러 겸용 128GB 모델로 444g이었다.
그런데 두께를 대폭 깎아내고 무게마저 뺐는데도 성능은 거꾸로 향상됐다. 비만 남성이 다이어트 끝에 지방과 체중을 줄이고 근육량을 올린 것처럼 말이다.
아이패드 에어2에는 아이패드 에어에 들어간 A7칩보다 처리 속도는 40%, 그래픽 성능은 2.5배가 오른 64비트 아키텍처 A8X가 탑재됐다.
다른 태블릿처럼 아이패드도 콘텐츠 소비용으로만 여겼다면 이제부터는 오산이다. 성능은 웬만한 노트북 급으로 올라왔고 마우스나 키보드 없이도 작업이 수월한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 편집 앱인 '리플레이(Replay)'와 메모·그리기 앱 '페이퍼(Paper)' 등을 설치해 사용해 본 결과 몇 번의 터치만으로 동영상 편집은 물론 전문가 수준의 캐리커처 작업물도 금세 제작할 수 있었다.
터치 반응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덮개유리와 디스플레이, 터치패널을 한 몸뚱이로 합쳤기 때문에 손끝으로 픽셀을 만지는듯했다. 페이퍼 앱에서 그림을 그릴 때 마치 검지가 화선지 위에 선 붓처럼 느껴진 것도 그래서다.
반사방지 코팅 기능도 처음 적용돼 꽤 센 세기의 형광등 불빛을 등지고 앉아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iOS8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아이폰, 맥북과 전화·메시지 기능을 서로 연동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번 아이패드로 누릴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다. 기자는 아이폰 대신 맥북 프로로 친구에게 아이메시지를 보내고, 걸려오는 전화를 아이패드 에어2로 받기도 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최대 10시간에 달한다는 애플의 설명과는 달리 와이파이 환경에서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 이용만 주로 했더니 8시간을 채 버티지 못했다. 같은 케이블을 이용한 충전 속도도 아이폰보다 서너 배 떨어졌다.
몇몇 앱들은 여전히 아이패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은 아이패드 에어2에서 구동하면 마치 아이폰 속 카카오톡을 강제로 확대한 듯 화면이 뭉개지고 색감은 붕붕 떠다녀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