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진의 천만의 말씀] 서울시, 롯데에 왜 관대한가

입력 2014-12-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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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진 부동산시장부 기자

개장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롯데월드가 바람 잘 날 없다.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더니 최근에는 수족관에서 물이 새고 콘서트홀에서는 작업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사고가 났는데 롯데그룹은 “경황이 없었다”는 말로 119에 신고조차 못했다고 한다. 가까운 119에 신고했더라면 추락 근로자를 살릴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아마도 ‘쉬쉬’ 하며 자체 수습으로 이번 사고를 감추려 했는지도 모른다. 롯데그룹은 앞선 사고에서도 이번과 똑같은 의혹을 받았다.

이런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급기야 롯데 측에서는 ‘제2의 땅콩회항’ 사건처럼 번질까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롯데는 롯데물산과 롯데건설, 롯데월드, 롯데시네마 대표이사들을 앞세워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롯데 측은 “롯데월드몰 관련 계열사들은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에 대한 사용 제한과 사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서울시의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 이로 인해 고객과 입점업체가 입게 될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롯데 측의 입장발표는 진심어린 사과 이전에 영업만은 계속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는 호소문 성격이 더 짙다.

서울시의 태도는 어땠을까.

서울시는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제2롯데월드에 대해 관련 영업장의 사용 중단 제재를 내렸다. 해당 사업장은 콘서트홀과 수족관, 영화관 등이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서울시의 행보와는 달랐다.

그런데 서울시가 여전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비난 또한 거세다.

시는 지난 16일 발생한 추락 사망사고 직후 시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했다고 볼 수 없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시는 사고 직후 “제2롯데월드 공사장 사망사고가 임시사용 승인을 내준 곳이 아니기에 사용승인 취소 등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서울시의 영업중단 등의 제재가 있기까지에는 악화되는 여론에 등떠밀려 내린 조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현재 임시사용 승인을 전면 취소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일부 영업장을 잠시 문을 닫게 한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10월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 허가를 내주면서 “공사장 안전대책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위험 요인이 발생하면 사용 취소를 비롯해 다양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하지만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제2롯데월드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의 안전보다 시의 경제·문화부분의 부흥과 롯데의 영업이익이 상충한 입장에 더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시는 정작 무엇이 우선시돼야 하는지, 또 안전을 위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등의 고민은 없어 보인다.

시는 지금도 사용승인 취소를 할 만큼 결격사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누수가 발생한 수족관 아래는 특고압 변전소가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사고 위험 요인이 지속되면 사용 제한과 금지, 임시 사용 승인 취소까지 단계적으로 조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보다 단호한 결정이 필요한 때다.

대한민국은 안전불감증으로 대형 인재(人災)를 숱하게 경험한 바 있다.

민선 6기 서울시의 시정 목표 중 하나가 ‘시민들이 안전한 서울시 조성’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주기 바란다. 금전적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기업으로 족하다. 모든 조치에 골든타임이 있다는 점도 시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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