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40만원 이웃에 남기고 떠난 70대 홀몸노인

‘위암 투병’으로 1년여를 힘들게 버텨 온 최모(75) 할아버지가 전 재산 40만원을 주변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면서 ‘장수노트’에 적은 마지막 유언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숙연케 했다.

장수노트는 최 할아버지와 같은 처지의 홀몸노인들이 생전에 장례계획이나, 유언을 기록하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주위에 나눔을 마지막 유언으로 남긴 최 할아버지의 장례식은 지난 12일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차분하게 진행됐다.

공영장례에는 금호1동 직원 등 일부 공무원만이 최 할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배웅했다.

공영장례는 동네에서 함께 생활하던 분의 뒷모습을 배웅하는 마을 장례사업이다. 광주 서구는 지난 7월터 공영장례를 하고 있으며 최 할아버지가 6번째다.

최 할아버지의 삶은 평생 외로웠다.

그는 보육원에서 자라 일용직 근로자로 생계를 꾸리며 50세가 넘어 결혼했다. 아내는 딸을 하나 둔 이혼녀였다. 그가 가정생활을 꾸리던 중 부인이 몸이 아파 숨지자 의붓딸도 집을 나갔다. 그는 10여 년 전 다시 혼자가 됐다.

자신이 살던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안에서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아 20년 넘게 살았지만 할아버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조용한 성격에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일절 삼갔다고 그를 아는 몇몇은 전한다.

최 할아버지는 지난해 10월 병원에서 위암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암은 간 담낭으로 퍼졌다. 그는 9월 병원 치료를 포기하고 자신이 살던 영구임대아파트로 돌아왔다.

고독사를 선택한 최 할아버지는 집안일을 보살펴주는 방문서비스를 받으라는 사회복지사의 제안을 받고, 공영장례를 신청하고 장수노트를 작성했다.

최 할아버지는 이후 방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순자(56·여)씨를 만났다. 할아버지의 딱한 사정을 접한 이씨는 그날 이후 매일 최씨를 찾았다. 식사를 못하는 최씨를 위해 죽을 쒔고 주말도 쉬지 않았다.

최 할아버지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원 15일만인 지난 10일 최씨는 병원에서 생을 마쳤다.

그가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말은 “고맙고 미안하다”였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전달해 달라며 40만원을 남겼다.

또한 자신을 보살폈던 이씨에게는 쌍가락지를 남겼다. 최 할아버지가 전 재산 기부유언을 남김에 따라 아파트 보증금도 주위 이웃들에게 쓰일 계획이다.

이씨는 “가신 분의 마음이 더 넓은 곳으로 흘러가길 바란다”며 눈물을 훔치며, 할아버지가 남기고 간 쌍가락지를 금호1동 동복지협의체에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