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학부 교수
국내 스포츠산업 규모는 2012년 기준 36.5조원, GDP의 2.95% 수준으로 대략 미국의 1/13, 일본의 1/3이다. 흥미롭게도 국내 GDP 역시 미국의 1/13, 일본의 1/4로 각국의 경제규모와 스포츠산업의 규모는 매우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프로야구의 FA 몸값 역시 단순계산 시 각국의 경제규모를 반영하는 것은 물론, 리그 수준이 가장 떨어지는 팀과 선수 수를 고려하면 그 격차는 더 커져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NPB(일본야구기구)의 에이스 나루세 요시히사가 선수가 3년간 6억 엔에 FA 계약을 한 것을 고려할 때, 국내 프로야구의 FA 시장은 과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선수협의 사무총장은 프로야구에는 연봉 4000만원 미만의 선수가 55%가 넘고, 이들의 연봉은 전체 프로야구의 16%에 불과해 선수들의 연봉차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또한 연예인의 CF 금액도 언급하며 FA 거품론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스타들의 몸값은 일종의 흥행성이 보장된 금액으로 당장 다음 시즌 성적도 알 수 없는 야구선수와는 다르다. 또한 프로야구에는 선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당장 선수 생명이 끝나더라도 챙길 수 있는 계약금 제도가 존재한다. 이번 계약만 봐도 최정의 계약금은 42억원, 장원준의 계약금은 40억원으로 계약 총액의 약 50%에 해당되는데, 스포츠처럼 비확실성을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분야에서 50% 이상의 금액을 미리 담보해 준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는 엄청난 특혜임이 자명하다.
FA 몸값 폭등의 긍정적 효과로는 해외 진출 대신 국내에서의 지속적 활약을 통한 리그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산업 전체로 봤을 때는 많은 역기능이 존재한다. 먼저 구단과 리그 존폐와 직결된다.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이같이 폭등한 선수들의 연봉을 감당할 수 있는 구단은 많지 않아 구단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고비용 저효율 선수인 프랜차이즈 스타 선수들은 구조조정의 1순위 대상이 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몸값의 불평등 문제는 잠재적으로 팀워크 불균형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효율성의 지나친 강조는 서비스 품질인 경기력 자체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는 리그의 흥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리그 차원에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효과적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면, FA 기간을 단축해 시장에 보다 우수한 선수들이 젊은 시기에 많이 나오게 할 수 있고, 프로야구의 근간이 되는 초중고 선수들을 더욱더 육성하고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몇몇 팀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리그 전체의 분위기를 해치지 못하도록 사치세 형태의 샐리러캡 제도의 검토나 구단들이 FA 선수들을 통해 상업적으로 더 성공하도록 리그 차원에서 시스템을 개선할 수도 있다. 즉, 현재 FA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불균형 상태에 있는 수요-공급 상황에 보다 많은 우수한 선수를 공급해주면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1995년 540만으로 당시 역대 최고였던 프로야구 관중은 2000년 250만명으로 반토막이 나는 데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이후 750만명이 될 때까지 그 두 배인 10년이 소요됐다. 그때 비해 강력한 대체 경쟁자들이 훨씬 더 가득한 지금, 폭발적으로 유입된 팬의 유출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더 빠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리그 차원의 강력한 상생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