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고도 또다시 아들의 학교까지 찾아가 행패를 부린 '폭력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매 맞는 아내'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A씨는 남편 B씨와 지난 1996년 결혼했다.
도박에 빠진 남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재산을 탕진했고, 아내와 두 아들에게 폭언을 하고 폭행을 일삼기 시작했다. 칼이나 가위 등을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일도 잦았다.
남편의 폭력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 A씨는 시력장애까지 얻었다.
참다못한 A씨는 지난해 4월 협의 이혼했지만, B씨는 그 뒤에도 A씨를 빈번히 찾아와 폭력을 휘둘렀다.
결국 지난 5월 법원은 A씨와 자녀들의 주거지나 직장, 학교 100m내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B씨에게 명령했다.
B씨는 접근금지명령에도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다. 법원 결정이 나온 지 일주일여만에 작은아들의 학교로 찾아가 아들을 퇴학시키라며 행패를 부렸다.
B씨는 아들을 위해 자신을 설득하러 찾아온 A씨를 향해서도 또다시 칼을 들었다.
B씨가 휘두르는 칼을 가까스로 피한 A씨는 도망치려는 자신을 막아서는 B씨와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프라이팬 등으로 B씨를 때렸고, 갈비뼈 골절상 등을 입은 그는 과다출혈로 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현장을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 있었는데도 오히려 B씨를 공격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소극적 방어 한도를 넘어선 적극적 공격행위에 해당한다"며 정당방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접근금지명령에도 아들의 학교로 찾아가 괴롭힌 B씨를 타이르려다 또다시 폭언과 폭행을 당하게 되자 범행에 이르게 된 점, B씨의 폭행으로 시력장애 4급 진단을 받았고 이혼 후에도 B씨의 가족을 보살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