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박삼구 금호 회장 거론 1순위...조양호 대한항공 조석래 효성 회장도 무게
강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연거푸 재신임됐지만 그 이면에는 솔직히 재계 빅 3인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 구본무 LG그룹회장 등이 고사를 한 까닭이 크다는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강 회장은 최근 황혼 이혼을 했고 자식과 지분경쟁까지 벌이는 등 내부적으로 처리해야할 시급한 현안들이 많아 전경련 회장으로서 제 임무를 수행하기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무너진 전경련 위상을 다시 일으키고 재계의 뜻을 강하게 말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하마평이 벌써부터 난무하고 있다.
차기 회장으로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인물로는 단연 재계 ‘빅 5’오너들이다.
그러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본인이 고사중이어서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은 에버랜드 편법증여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맡기 힘들 전망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반도체 빅딜의 앙금이 채 가시지 않았고, 최태원 SK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연륜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경련 회장 자리는 우리나리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회장 자리에는 재계 빅 5를 제외한 대기업 오너들의 앉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현재까지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달 3년만에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등장했고 11월초에 회장단 골프장 모임을 주선하며 차기 회장을 향한 행보가 아니냐는 추측을 스스로 만들었다.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단번에 재계 8위로 뛰어오른 금호아시아나 그룹 박삼구 회장과 항공업계의 라이벌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도 꾸준히 회장단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며 차기 회장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재계의 원로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재계의 수장으로 거론되는 총수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지난 14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03년 9월 이후 전경련 행사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김 회장에게 참석 동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농담 반 진담 반’식으로 “(전경련의) 노조위원장을 할 생각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3년 만에 전경련 회장단 모습에 얼굴을 비추자“차기 전경련 회장 초석 다지기가 아닌가”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특히 김 회장이 직접 나서서 당초 이번 회장단 회의를 골프회동으로 하자고 열흘 전에 제안했으나 다른 회장들의 일정이 맞지 않아 11월에 다시 갖기로 조율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추측이 더욱 힘을 받는 추세다.
특히 김 회장의 노조위원장 발언은 공식적인 출마 발언은 아니지만 전경련 회장 출마를 앞둔 사전 여론 조성차원으로 해석됐다. 대한생명 인수과정에서 정치권의 로비설로 인해 그동안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대놓고 출마선언을 하기보다는 한번 재계와 여론의 의중을 떠보는 식의 터 닦기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에선 김승연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출마를 선언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총수들의 대부분이 노코멘트로 일관하거나 이렇다할 행보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 가운데 김 회장의 적극적인 제스처는 만장일치제로 추대하는 회장 선출방식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1981년 한화그룹 회장에 올라 25년간 한화를 이끌어 오고 있다. 그는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전형적인 제조업체에서 금융분야를 그룹의 주력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시키며 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가 대생을 인수한 것은 당시 재계 판도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재계 서열 10위(공정위기준 공기업 제외)에 불과했던 한화그룹이 대생 인수로 단박에 재계 서열 5위권에 진입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25개 계열사에 총 자산 규모 11조5000억원인 한화는 총 자산이 26조원에 달하는 생명보험업계 2위(보험료 기준)의 대생을 인수함으로써 한화의 총 자산은 단숨에 3배 이상의 규모로 키운 것이다.
이와 함께 부친인 고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미국 내 인맥을 그대로 흡수해 막강한 미국 네트워크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한미교류협회 회장과 올해 유엔한국협회 회장에 선임될 정도로 미국과의 교류를 매우 중시하고 파워도 만만치 않다.
김승연 회장은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 등과 함께 한미교류협회를 발족시켰으며 1994년부터 유엔협회 이사로 재직해왔다.
유엔한국협회는 1947년 11월 국제연합대한협회로 발족된 UN 산하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민간단체, NGO) 외교통상부 등록단체다. 이 단체는 60년 전통과 역대 회장들의 면면에서 명실 상부한 국내 최고봉의 민간 외교 단체라 할 수 있다. 유엔한국협회 60년 역사에서 김승연 회장은 최초의 순수 민간 기업인 출신 회장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경제인들과 미국 순방길에 오를 때 빠지지 않고 동석하는 그룹 총수가 김승연 회장인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회장이 해결해야할 경영현안이 수두룩해 차기 전경련 회장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올해 안에 CI(기업이미지통합) 변경을 계기로 추진해온 내부개혁 성과가 신통치 못하다는 평가가 크기 때문. 김 회장은 우선 집안단속부터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김 회장은 대한생명의 사명을 놓고 한화생명으로 바꿀 것인지, 한화 브랜드를 쓰지 않는 계열사인 신동아화재, 63시티 동양백화점 등의 정체성 문제 등에 아직 해답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강도 높은 개혁을 지난 몇 년간 계속 주문도 해왔고 외부로부터 개혁을 위한 인재도 수혈을 해왔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만 나오고 있는 것도 김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시장 개척에 나선지 3년이 지났는데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대한생명을 겨냥해 질책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예금보험공사와 벌이고 있는 대한생명의 경영권 확보도 아직 불안한 상태며 지주회사 전환도 머지않아 준비해야한다. 오릭스 측이 보유한 지분 17%를 인수하게 되면 대생 지분이 51%로 높아지면서 출총제 제한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김승연 회장의 차기 전경련 회장에만 주력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운(運)도 실력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오너의 셋째 아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룹의 대권을 잡은 것도 그렇고, 관련업계에서 여러 차례의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6조6000억원의 거금을 배팅해 대우건설의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스타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04년 8월 국내 3위 선사업체인 범양상선을 처음으로 M&A시장에 도전장을 낸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1월 대한통운 인수 전까지 두 번의 쓴 잔을 마신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번 대우건설 인수 성공은 2전 3기만에 이뤄낸 실적이다. 이렇다 보니 운도 실력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 박삼구 회장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도 바로 최근 괄목상대한 업적을 일궈내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계의 8위로 등극시킨 박 회장의 저력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과 달리 재계에 박 회장의 입김이 몰라보게 커진 상황이다.
박삼구 회장은 형인 고 박정구 회장이 타계한 후인 지난 2000년 9월 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박인천 창업주에서 2세대인 박성용-정구-삼구로 이어지는 ‘형제 경영’의 시작이었다.
박 회장측은 차기 전경련 회장에 나설지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즉,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묘한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밝혀지듯 승부사 기질이 강한 박 회장이 막판 뒤집기에 나설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최근 활발해진 박 회장의 대외 행보가 이를 반증한다. 박 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한중우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중국측 인사와 정기적인 교류를 나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부총리직에 해당하는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인 뤄하오차이 중한우호협회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골프예찬론자로 알려진 박 회장은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을 맡아 타이거우즈, 미셀 위 등 화제의 골퍼들과 동반 라운딩을 하며 대외적인 이미지도 높이고 있다.
박 회장은 올가을 문을 여는 금강산 골프장에서 유명 골퍼들과 경제인을 초청해 대회를 열 계획도 추진했으나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대회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박 회장의 대외행보는 이뿐이 아니다. 박 회장의 형인 고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은 한국메세나 협회 회장을 맡을 정도 문화사랑에 정평이 나있다 보니 박삼구 회장은 각종 문화행사에도 자주 얼굴을 내비친다.
최근에는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겸 지휘자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와 만났고,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을 통해 음악영재들을 해외무대에 지속적으로 소개시키는 등 기업경영외 문화경영에도 가장 열심힌 기업총수로 주목 받고 있다.
일부에선 내년에 있을 M&A 시장의 최대어(魚) 중 하나로 꼽히는 국내 1위 물류업체 대한통운 인수전 참가를 공공연히 선언하고 있는 박 회장이 과연 차기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할 여력이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기도 하다.
대한통운을 인수하게 되면 영원한 라이벌인 한진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산규모로 커질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재계에서 끊임없이 추천되고 있는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감 1순위다.
조양호 회장은 전경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전경련에 대한 애착을 보이는 점에서 그렇고, 조석래 회장은 연륜과 한일경제협회 회장, 한미재계위원회 위원장 등 활발한 대외활동 등이 이유로 손꼽힌다.
특히 전경련 회장의 위치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점에서 실무형 회장감으로 이들 총수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전경련 회장은 출자총액제한제 페지 등과 같은 기업과 관련한 민감한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재계의 목소릴를 대표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거나 적절한 조율을 통해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인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식으로 대기업 총수들이 전경력 회장직을 놓고 서로 등을 떠밀었고, 막판 인선과정에서 마음 약한 원로 기업인이 마지못해 수락하곤 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업무력(?)을 인정받는 총수들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팽배한 상태다.
그런 면에서 조양호 회장과 조석래 회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목소리다. 문제는 본인들이 고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6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전경련 회장에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가장 연장자인 강신호 회장을 모신 상황에서 가능한 한 행사에는 최대한 참석해야 예의를 다하는 것 아니냐”며 “제 일도 바쁜데 (전경련) 회장을 맡을 여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놓고 재계에선 조 회장이 강신호 전경련 회장의 임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차기 회장으로 자신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격식과 예의를 중요시하는 재계의 풍토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 게 아니냐고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럴 때마다 지인들을 통해 정중히 거절해왔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번 후보추천에 이렇다할 의사표현을 하고 있지 않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두 그룹은 총수의 심중을 파악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총수가 전경련 회장직을 맡게 되면 실무적 차원에서 준비할 것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 이처럼 차기 전경련 회장에 대한 논의가 무성한 데 반해 정작 전경련 내부에선 지극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경련측은 “강신호 회장이 연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특히 "내년 2월 임기 이후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 여유로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