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5’ 마지막회가 아쉬웠던 이유 [오예린의 어퍼컷]

입력 2014-12-0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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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음주운전 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발언을 해 당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한 그룹 클릭비 출신 김상혁이 29일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5’에 출연했다. 이날 ‘SNL 코리아5’에서는 김상혁, 곽한구, 황귀순이 함께 OCN 드라마 ‘나쁜녀석들’을 패러디한 ‘나쁜 연예인 잡는 나쁜 녀석들’이 방송됐다.

김상혁과 술이 만나면 사고가 일어났다. 그는 2005년 4월 음주 뺑소니 사고로 물의를 빚었고, 지난 2013년 5월에도 논현동 거리에서 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클릭비로 2000년대 초반 청소년들에게 최고의 스타이기도 했던 그는 이 사고로 인해 방송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곽한구도 2009년 안산의 한 카센터에서 다른 사람의 벤츠를 훔쳐 타고 달아났다가 적발됐다. 이어 집행유예 중이던 이듬해에는 전시 중이던 외제 지프차 SUV를 몰고 달아났다가 체포됐다. 개그맨 황귀순 역시 1997년 외화를 밀반출한 뒤 필리핀 마닐라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탕진해 ‘9시뉴스9’에도 나왔다. 이같이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들이 한데모여 ‘SNL코리아5’ 시즌 마지막회에 출연했다.

지난 시즌에도 ‘SNL코리아’는 곽한구가 ‘GTA 강남’에 출연해 한차례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SNL코리아4’ 제작진은 언론을 통해 “곽한구가 다른 방송프로그램에 이미 출연했고, 대중이 어느 정도 용서했다는 판단이 들었다”는 해명을 남겼다. 그러나 곽한구 논란에도 불구하고 ‘SNL 코리아5’ 측은 마지막회에 곽한구와 더불어 김상혁, 황귀순까지 출연시켰다. 또한 ‘나쁜 연예인 잡는 나쁜 녀석들’ 코너 안에서 마약을 한 가수, 음주운전을 한 방송인, 도박을 한 연예인들의 모습도 희화화 시켰다.

물론 제작진의 해명처럼 제작진은 이들의 범죄를 옹호할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엄연한 범죄를 희화화 시켜 가볍게 다뤘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범죄를 희화한 개그를 대중이 받아들일 때에는 제작진이 의도처럼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다. 그냥 가벼운 웃음의 코드일 뿐이다. 특히 ‘SNL코리아’는 지난 시즌까지 19세 미만 관람불가 시청등급이었지만 올해부터는 15세 이상 방송 시청가능으로 시청 등급이 변경돼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러한 반사회적 범죄사건을 희화화하거나 선정적으로 다루는 경향은 모방범죄를 부추길 우려가 있으며, 범죄에 대해 둔감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SNL 코리아’가 점점 범죄 연예인들의 복귀를 위한 방송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유세윤도 음주운전 파문 후 3개월 만에 ‘SNL코리아’ 크루로 복귀를 해 자신의 음주운전 사건을 개그의 소재로 사용했다. 곽한구 역시 ‘SNL 코리아’ 출연이 사건 후 첫 방송 활동이었으며, 김상혁 역시 ‘SNL 코리아’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셀프 디스하며 자연스레 웃고 넘기며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

범죄 희화화 개그로 인해 이번 ‘SNL코리아5’ 마지막 회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원래 ‘SNL 코리아’의 매력은 날선 현실 풍자와 19금 유머다. 물론 시청등급으로 인해 강도 높은 성인 코미디는 볼 수 없었지만, 이번시즌에서도 ‘인턴전쟁’과 같은 날선 현실 풍자는 시청자들에 공감을 일으키며 많은 호응을 얻어냈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확실히 현실풍자의 코너가 줄었던 것은 사실이다. ‘SNL코리아6’는 부디 ‘SNL 코리아’의 초심을 담아 날카로운 풍자로 다시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 되어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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