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의 요모조모] 아무도 돌아보지 않은 팬택, 앞날은

입력 2014-11-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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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산업부 기자

23년간 벤처 신화를 이어온 팬택이 존폐 기로에 놓였다. 기술과 특허로 대변되는 팬택의 본입찰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팬택은 헐값 매각 또는 청산이라는 최악의 선택지를 앞에 두고 있다. 한때 팬택이 대기업 틈바구니에서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를 차지했던 것을 생각해 볼 때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자체 특허 5000여건, 세계 최초 기술 21건. 수치에서 알 수 있듯 팬택은 우수한 기술력과 인재를 토대로 우리나라 최초의 벤처 성공 신화를 이룬 기업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외형적 크기도, 매출 규모도 아닌 원천기술 확보에 좌우되는 점을 고려하면 팬택의 몰락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 상황을 되짚어 보면 팬택의 위기는 예견된 일이었다. 첨단기술과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가 됐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현재 합리적 가격과 실용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더이상 최고 기술이 적용된 비싼 스마트폰이 통용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업체들이 주도했다. 중국 기업들은 높은 사양과 가격경쟁력을 모두 갖춘 제품으로 스마트폰 시장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애플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틈새 시장을 노릴 때 팬택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과 정면 대결을 벌였다. 80만~9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과 제품과 자금력에서 정면 승부를 택한 것은 무리였다. 시장 상황의 변화를 인식하고 팬택에 맞는 영업전략을 펼쳤다면 지금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팬택은 이제서야 영업전략에 변화를 줬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팬택은 지난 20일 30만원대의 파격적 가격의 스마트폰 ‘베가팝업노트’를 선보이고 올해 5월 출시된 ‘베가아이언2’ 가격을 기존 출고가(78만3200원) 대비 절반 이상 낮췄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베가팝업노트는 출시 반나절 만에 초기 물량이 전량 매진됐다. 업계에 따르면 애초 팬택이 예상한 초기 물량 3만대의 두 배 정도인 6만대 이상의 주문이 몰렸다. 베가아이언2 역시 출고가 인하 이후 판매량이 2000대 중반 수준까지 크게 늘었다.

그러나 팬택의 변화는 늦은 감이 있다. 자력으로 회사를 이끌어 갈 능력을 이미 상실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첫 번째 매각 작업은 실패했고 재입찰 역시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 팬택의 기술을 호시탐탐 노리던 중국 업체들조차 팬택에 등을 돌렸다. 이는 중국의 기술력이 그만큼 높아져 더이상 팬택의 기술력이 메리트를 갖지 못한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향후 매각 과정에서 팬택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팬택은 지난 2011년 4년 만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하고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위기의 순간마다 오뚜기처럼 회생한 팬택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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