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없는 출혈 경쟁 ‘드러그스토어’… 몸집 불리기는 진행형

입력 2014-11-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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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규모 6년새6배이상 성장하고 화장품·건강식품 등 경기영향 안받아

유통 공룡들의 ‘드러그 스토어’ 전쟁에 홈플러스가 가세했다. CJ올리브영, GS왓슨스 등 업계 선두주자들조차 영업손실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만 계속될 전망이다. 적자를 감내하면서 드러그 스토어 사업을 확장하는 대기업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유통업계 적자에도 몸집 불리기 = 국내 드러그 스토어 시장은 지난 6년간 약 50%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주머니 사정은 다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2011년 69억4600만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일년 뒤인 2012년에는 8분의 1 수준인 8억200만원으로 급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9억9300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룰 기록했다. 매출액은 2011년 2119억1600만원에서 2012년 3075억600만원, 2013년 4571억1800만원으로 매년 50% 가까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계속 악화된 셈이다.

업계 2위 GS왓슨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2012년 21억2800만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지난해에는 99억2300만원으로 손실이 급증했다. 매출도 2012년 854억9400만원에서 지난해 910억5800만원으로 한 자릿수 증가(6.5%)에 그쳤다.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는 매년 적자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분스는 출범 1년 만에 신규 출점 계획을 전면 중단했다.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유통 대기업들은 드러그 스토어 사업 확장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W스토어는 올해 9개점을 폐점했지만 39개점을 신규 오픈해 전체 점포수는 150개를 훌쩍 넘어섰다. GS왓슨스와 롯데쇼핑의 롭스는 올해 폐점 없이 점포수를 늘렸다.

출혈을 감수하면서 이들이 드러그 스토어 시장에 목을 매는 이유는 높은 성장 가능성에 기인한다. 2008년 1100억원 매출 규모였던 시장은 현재 7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 일본, 유럽에 비하면 국내 시장은 초기단계라는 평가다.

국내 드러그 스토어의 주력 상품군인 화장품, 건강식품 등이 경기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과 각종 영업규제 및 온라인 장보기 증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형 유통 체인들이 당장의 이익은 없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드러그 스토어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신규 가세… 몰인숍 형태로 승부 = 드러그 스토어 업계가 수익성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H+B’를 론칭한 홈플러스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장수가 150~200개는 돼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영업점 150개 이상인 브랜드는 CJ올리브영과 더블유스토어뿐이다. CJ올리브영이 시장 진출에서 200호점을 돌파하기까지는 14년이나 걸렸다. 올해로 10년차인 GS왓슨스의 매장수도 104개에 머물고 있다.

높은 임대료 수준도 국내 드러그 스토어 시장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드러그 스토어의 특성상 역세권, 번화가 등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이 용이한 곳에 위치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임차료로만 전체 판관비 중 28%에 달하는 452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드러그 스토어 ‘H+B’를 로드숍이 아닌 몰인숍 형태로 오픈했다. 홈플러스 매장 내 입점시켜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계산이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몰입숍 형태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기존 드러그 스토어의 가장 큰 장점인 접근성이 로드숍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 주 고객층인 20~30대 여성과 멀어진다는 점 등이 해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드러그 스토어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이슈도 변수다. 지난 9월 말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동반성장위원회에 드러그 스토어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기 적합업종 여부를 놓고 업계가 혼란한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업계 상권을 해친다는 지적과 심화된 경쟁, 상승하는 임대료 등으로 드러그 스토어 전쟁은 아직 승자 없이 출혈만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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