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사정기관 고강도 조사중인데 특수 사정기관 출범… 업무 분산 우려
검찰과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이 하루가 멀다하고 소관 업무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지난 21일 방위사업 비리 척결을 위한 역대 최대 규모의 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합수단은 국방부와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참여한 기관만 7개에 이르고, 모두 105명이 투입된 역대 최대 규모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합수단은 방위사업 전반에 관한 비리사건을 폭넓게 수사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무기체계 도입계획 등 군사기밀 탐지 범행과 각종 시험평가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한 뇌물수수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남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 유지해야 할 일명 사정카드를 역대 정권과 비교할 때 너무 빨리 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5대 사정기관이 하루가 멀다하고 비위 또는 비리 행위가 있는 기업 및 인사뿐만 아니라 전 정권으로부터 특혜를 입은 이들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도 또 다시 특별조직 형태의 사정기관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방산비리 합동수사단 출범에 앞서 지난 2월 주가조작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유관 기관이 합동으로 구성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정기관이 옥상옥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감사원, 국세청, 공정위, 금융위 등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업무가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역대 정권은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사정카드를 적절한 시점에서 활용해 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3년차에 발생한 각종 의혹들이다. 2005년 상반기에는 ‘오일 게이트’와 ‘행담도 의혹’ 사건이 잇달아 터졌고, 유전 개발과 전혀 관련이 없는 철도공사의 자회사인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철도재단)이 느닷없이 사할린 유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급작스럽게 사업을 접고 그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엉터리 대출까지 받았던 오일 게이트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권력형 비리라는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2개월 동안 수사했고, 특검까지 도입되는 굴욕을 당했지만 실체는 밝혀내지 못했다.
물론 또 다른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가동하고 있는 사정카드가 어쩌면 힘 빠지기 시작하는 정부가 다시 고삐를 죄기 위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두 정권을 면밀히 들여다 볼 때 사정정국을 잘 이끌지 못하면 오히려 정권의 부담이 커지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