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경제다 ECO is ECO]버려진 종이컵 알뜰하게 대접하는 ‘부림제지’ 아시나요

입력 2014-11-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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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우유팩 재생공장 설립 재활용 화장지 생산 외길 걸어…친환경 제품 홍보도 적극 나서

일반적으로 제조업체에서 환경은 비용으로 여겨진다. 무언가를 ‘경제적이다’라고 표현하는 것과 ‘환경적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서로 반대말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여기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진보할수록 매출도 늘어나는 제조업체가 있다. 버려진 종이컵이나 우유팩 등 폐지를 모아 화장지로 생산하는 부림제지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에 종이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기 전부터 국내 최초로 재활용 화장지를 개발·생산해 왔다. 본래 경제학(economy)의 기원은 ‘자원배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부림제지는 어떤 면에서 가장 경제적인 기업인 셈이다.

▲윤명식 부림제지 회장.
부림제지에서는 버려진 종이컵이 소중한 자원으로 대접받는다. 이 회사의 윤명식 회장(73)은 1985년 우유팩 재생공장을 세워 국내 최초로 폐우유팩과 종이컵을 화장지로 개발했다. 쓰레기를 재활용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은 물론 펄프 수입량을 크게 줄여 외화를 절약한 것이다.

윤 회장이 재활용 화장지 개발을 결심한 것은 80년대 초 박스공장을 운영하던 중 아파트 단지에 쌓여 있는 우유팩 쓰레기를 보면서였다. 종이컵이나 우유팩에 쓰이는 종이는 식품용기인 만큼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는 최고급 펄프가 사용된다. 인체에 직접 닿아야 하는 화장지를 만들기에 그만한 재료가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후 폐우유팩을 압력밥솥에 쪄 보는 등 다양한 실험 끝에 코팅을 벗겨 화장지 원료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힘든 시기도 있었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과 학교 등을 발로 뛰며 폐우유팩을 수거한 끝에 냄새도 없고 인체에 해로운 형광물질도 없는 화장지를 개발, 특허등록을 했지만 ‘공정상 특허요인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등록을 받지 못했다. 중견 규모의 제지업체들이 직원들을 빼내 재활용 화장지를 만들었고 폐우유팩 값과 수거비용이 올라가자 회사는 부도를 맞게 된 것. 이때 회사를 살린 것은 시민들이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림제지 살리기 운동’이 벌어져 종교단체와 대기업이 제품을 사 주면서 회사의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었다.

재활용 화장지라는 외길을 걸어온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1992년 재활용 화장지 부문 환경마크를 인증받고, 1993년 세계 환경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많은 환경 관련 수상경력도 얻게 됐다. 1994년에는 전철표로 재생화장지를 개발해 특허출원하였으며 환경부가 주최하고 재생공사에서 시행하는 친환경제품 홍보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부림제지는 현재 매출 8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한해 수거하는 종이컵·우유팩의 양은 5000여톤에 달한다. 판매와 생산라인도 어엿한 모습을 갖췄다. 윤 회장의 어린 시절 별명을 붙인 ‘코주부 화장지’는 대표 제품이 됐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 이천시에 3000평 규모의 공장을 지어 화장지 기계를 자동화했다. 직접 눈으로 판별하던 잡티와 불순물은 이제 컴퓨터로 정밀하게 잡아낸다.

현재 부림제지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재료를 ‘제대로’ 수거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사용되는 종이컵은 135억개, 우유팩은 60억개 수준이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이 여전히 수거되지 못하거나 온전히 수거되지 않는다. 정상현 부림제지 이사는 “그동안 서울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거하던 것에서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나 지방 새마을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며 “우리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기금 등을 활용한 정부의 홍보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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