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아이 위해"…절박한 학부모 울린 대입사기단

입력 2014-11-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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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 아이를 둔 학부모 A는 2012년 3월 귀가 솔깃해지는 제안을 들었다.

지인인 B씨가 서울 유명 사립대에 기부금 입학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B씨는 모 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라는 자신의 딸 C씨를 A씨에게 소개했다.

C씨를 통해 A씨는 기부금 입학 전형이 있는 대학 두 곳을 소개받았다. 군 입대·유학 등으로 생긴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만든 특별전형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C씨가 안내하는 계좌로 기부금 조로 총 3천만원을 입금했다.

이들의 제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기부금 입학을 하더라도 형식적으론 논술 시험을 봐야 한다며 논술 과외를 하도록 A씨를 설득했다.

'보험'으로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라면 유능한 대학생을 과외 교사로 소개해주겠다며 C씨의 친척 동생을 붙이기도 했다.

아이의 대입으로 근심이 많던 A씨는 이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1천여만원을 과외비로 썼다.

하지만 기부금 입학은 이뤄지지 않았고, A씨의 아이는 대학 입시에 또다시 실패했다.

'대입 사기단'에 속은 것을 뒤늦게 깨달은 A씨의 고소로 C씨는 유죄 판결을, B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형사재판을 통해 기부금 명목으로 건넨 3천만원을 되찾은 A씨는 B씨 일당이 부당하게 챙겨간 과외비도 반환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쏟아부은 과외비 1천140만원에 더해 위자료로 500만원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박재경 판사는 "A씨에게 총 67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박 판사는 "피고들은 대학에 입학시킬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기부금 특별전형을 제안하며 원고를 기망하고 논술이나 수능 대비는 필요 없다고 하면서도 돈을 받으려고 과외를 권유했다"며 "기부금은 돌려받았고, 과외 자체가 전혀 불필요한 것이 아니었음을 고려해 반환할 금액을 과외비 총액의 50%인 57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의 대학 진학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국내 학부모들의 교육열·세태 등에 비춰 A씨의 경우에도 아이의 대입 실패에 대한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며 "다만 공정경쟁을 지향해야 할 대입에서 원고가 불공정한 방법에 편승하려고 한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는 100만원만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A씨 아이를 상대로 수능 과외를 한 C씨의 친척 동생에 대해서는 공동불법행위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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