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흔히들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햇볕 좋고, 단풍이 만발한 이 시기에 방에 앉아 책만 보고 있기엔 좀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삼청숲속도서관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단풍이 만발한 삼청공원에 위치한 오두막처럼 아담한 규모의 도서관에는 안목 좋은 도서관지기가 골라놓은 멋진 책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탁 뜨인 유리창 앞 따뜻한 창틀방에 기대어 가을이 완전히 내려앉은 풍경을 감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삼청의 지명이름은 도교(道敎)의 태청(太淸) · 상청(上淸) · 옥청(玉淸) 3위를 모신 삼청전(三淸殿)이 이곳에 있던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또 이곳에 들어오면 산도 맑고〔산청(山淸)〕, 물도 맑고〔수청(水淸)〕, 사람의 마음마저 맑아지기〔인청(人淸)〕 때문에 세 가지가 맑다는 뜻에서 삼청이라고도 하였다. 이곳은 수백년 묵은 소나무가 울창했으며 솔숲 위로는 산벚나무와 진달래와 철쭉이 많이 자라 봄이면 천상의 화원을 이루던 곳으로 성현(成俔)이 『용재총화(慵齋叢話)』에서 도성 안에 제일 경치 좋은 곳으로 꼽은 바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 곳이 삼림공원으로 관리되기 시작한 것은 1934년 3월부터의 일이다. 지금의 삼청공원은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옛 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복잡한 상가 밀집지역을 지나 감사원 쪽으로 언덕을 조금만 오르면 울굿불굿 단풍이 물든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특히 삼청공원 초입에는 어린이 놀이공원, 동심의 숲 등 아이들을 위한 시설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어 가족들의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또한 이번에 소개할 삼청숲속도서관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특별한 공간의 열람실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의 면적은 그리 넓지 않으나 지하층에 위치한 시야가 확 트인 열람실은 공간의 반전이다. 가족 단위로 방문한 부모와 아이들이 자신들의 거실이나 안방 인 듯 아주 편안한 자세로 책 읽기에 좋다. 1층은 북카페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북촌에 사는 주민들로 구성된 북촌생활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참여해 작은 카페에서는 간단한 음료와 삶은 달걀들을 팔고 있다.
삼청숲속도서관은 총 4000권이라는 공간에 비해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책들도 오래된 책 보다는 새로 출간된 신간도서의 비중이 높고, 골라놓은 책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 보였다. 소소고 재미있는 참여수업도 운영하고 있더. 100% 지역민들의 참여로 이루어 진다고 하니, 방문할 때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삼청숲속도서관은 지난해 10월 새롭게 개관한 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됐었다고 한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이 가을이 가기전에 삼청공원에 들러 단풍도 구경하고 좋은 책도 한 권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이 가을을 놓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삼청공원은 장담컨대 4계절이 모두 아름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