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톡톡] 모뉴엘 연루설로 속태우는 KT ENS

입력 2014-11-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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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신용이 중요한 자산중의 하나입니다. 신용이 있어야 상대기업들과 거래를 트고, 은행 등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도 신용이 없으면 외면받기 마련입니다. 신용이 떨어져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기업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초등생도 알겠지만, 이런 신용을 쌓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신용이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모뉴엘의 사기대출 사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KT ENS를 보면 그 말을 실감합니다.

KT ENS는 모두가 알다시피 지난해 내부 직원이 대표이사 명의를 도용해 대출서류를 협력업체에 발급하는 방식으로 무려 1조8300여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아낸 사건을 겪은 바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올초 법정관리까지 들어간 상태인데,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사기대출 사건에 휘말리며 휘청이고 있습니다.

문제의 출발은 관세청에서 KT ENS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관세청이 모뉴엘과 KT ENS간의 거래를 확인하고, 그 거래 뒤편에 사기극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4일 KT ENS 본사는 그야말로 쑥대밭이었습니다. 직원들은 새벽부터 나와 거래내역 확인과 수습에 정신이 없었고, 팀장급 이상은 마라톤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기자가 찾아갔지만 관계자들을 만나볼 수 조차 없었습니다.

겨우 짬을 내 만난 관계자는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모뉴엘과의 관련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돼 확인하고 있는데 서류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정상적인 수출을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만약 모뉴엘이 허위거래를 했다면 KT ENS 측이 오히려 피해자인데, 사기대출에 가담했다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모뉴엘을 통한 홈씨어터 판매는 KT ENS 매출의 4%가 채 되지 않는데, 구태여 사기대출에까지 가담하며 수출을 하려 들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의혹설이 나돌아 앞으로의 사업에 큰 타격이 예상돼, 큰 걱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주변에서도 이런 의혹설이 나돌면 회사는 당분간 '개점휴업'상태에 처한다고 합니다. 의혹설 대응에 모든 임직원들이 동원될 뿐 아니라, 업무가 손에 잡힐리 없기 때문입니다.

KT 본사 측 역시 KT ENS의 잇따른 시련에 고민이 큽니다. KT ENS는 이미지와는 달리, 튼실한 계열사인데 엉뚱한 소문에 휩싸여 타격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사건으로 가뜩이나 신용이 뚝 떨어져 있는데, 이번 모뉴엘 연루설로 신용도가 완전히 바닥을 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KT ENS는 꽤 괜찮은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KT의 사내망 구축을 비롯해 와이브로망·와이파이존·IPTV 플랫폼 등을 개발하는데, 통신사가 갖춰야할 핵심적인 기술 대부분이 이곳에서 나옵니다.

태양광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28개, 소·루마니아에 6개의 태양광발전소를 구축했고, ESCO(에너지절감사업) 등 그린에너지 엔지니어링 분야로도 빠르게 진출하며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에 KT는 한 직원의 부정으로 법정 관리에까지 들어간 KT ENS를 살려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증명되지 않은 의혹이 나돌아 다시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특히 이번 모뉴엘 사건과 같은 경우는 국세청이 조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는데도 사건이 일파만파 커져 당혹스럽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의혹은 하루하루 지나가면서 근거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대신 KT ENS로서는 하루하루 속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조사를 벌이는 곳에서는 느긋하고, 편하게 서류 한장한장을 꼼꼼하게 살펴보겠지만, 그 시간마다 KT ENS의 신용은 한단계씩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KT ENS가 모뉴엘의 사기대출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KT ENS의 떨어진 대외신용도는 어디서 어떻게 구제 받아야할까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관계기관이 조사를 벌인다면, 정확하지만 신속하게 이뤄져야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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