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86억 매출채권 현금 융통…돌려막기식 운영에도 배당잔치
급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가 작년 창립 이후 처음 배당을 실시해 65억원이 넘는 현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모뉴엘의 현금 흐름상 현금배당도 빚을 내서 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해 반기 중간배당을 실시해 70억3000만원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이는 창립 이후 처음 실시한 배당이다. 배당금액은 모뉴엘의 작년 당기순이익 599억원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반기 순이익을 300억원가량으로 추정한다면 20%가 넘는 비교적 높은 배당성향이다. 박 대표가 모뉴엘 지분 대부분(94.7%)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65억원이 넘는 현금이 박 대표의 손으로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북미영업총괄 이사 출신인 박 대표는 지난 2007년 매출 500억원 안팎의 모뉴엘을 인수해 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로 키웠다. 박 대표는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했고 지난해 매출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올 정도로 ‘삼성전자 북미 판매왕’ 출신다운 남다른 영업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IT업계의 신데렐라로 주목받던 박 대표의 성공 신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관세청의 조사 결과 박 대표는 현지 고객사와 짜고 가공의 매출을 일으켜 부풀린 매출채권을 은행에 할인 매각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마련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동안 모뉴엘은 1조586억원어치의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양도하고 현금을 융통했다. 작년 모뉴엘 매출 1조1409억원의 대부분을 이 같은 방식으로 현금화한 셈이다.
돌려막기식 현금 융통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다 사정이 여의치 않자 박 대표는 회사 창립 이후 처음 배당을 실시해 65억원가량을 챙겼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배당이 모뉴엘의 재무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잠적설이 돌던 박홍석 대표는 지난 23일 제주 모뉴엘 본사에 나타나 직원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