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4-10-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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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막을 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폐막식의 한 장면. 이제 전 세계인의 시선은 강원 평창으로 모아지고 있다. (AP뉴시스)

뜨거운 가을이었다. 45억 아시아인의 시선이 인천으로 집중됐다. 그곳엔 아직도 진한 감동과 여운이 남아 있다. 그러나 2조5000억원을 쏟아 부은 돈잔치 현장에는 1조원이라는 빚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당초 20조원의 경제효과를 운운하던 대회였다.

한마디로 씁쓸한 돈 잔치다. 하지만 씁쓸한 돈 잔치가 어디 인천아시안게임만일까. 소치동계올림픽은 500억 달러(약 53조원)를 쏟아 부으며 동ㆍ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가장 비싼 올림픽으로 치러졌지만 온갖 문제점을 노출시키며 절반의 성공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브라질 월드컵은 총 120억 달러(12조6000만원)가 투입됐지만, 일부 경기장은 사후 활용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는 이미 2002 한ㆍ일 월드컵을 통해 경기장의 사후 활용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충분히 경험했다. 월드컵 당시 사용된 10개 경기장 중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 운영으로 골머리를 앓는 건 월드컵경기장만이 아니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93개 경기장의 운영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93개 경기장의 누적적자액은 3761억원에 달했다. 일부 경기장은 연중 사용 기간이 16일 이내인 곳도 있다. 기존 경기장조차 활용 방안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판국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더 큰 돈 잔치가 남아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삼수를 해가며 어렵게 유치에 성공한 대회다. 과연 우리는 누구를 위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해왔을까. 거기엔 경제효과 64조원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존재했다.

조직위원회는 올해 치러진 소치동계올림픽과 브라질월드컵, 그리고 인천아시안게임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당연한 말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총 예산 11조43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경제효과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지난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당시 64조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발표했다.

진정 64조 경제효과는 우리에게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을까.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생산유발효과가 5조5000억원으로 발표됐고, 1조원의 빚을 남긴 인천아시안게임은 20조원의 경제효과가 거론됐다.

소치동계올림픽을 치른 러시아는 경기장 유지보수비로 또 다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고, 과도한 투자는 재정적자라는 결과를 남겼다. 월드컵 개최지 브라질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05%로 하향조정하는 등 1990년대 이후 가장 좋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뻥튀기식 경제효과와 묻지마식 유치 경쟁이 부른 참혹한 결과다. 결국 뻥튀겨진 경제효과로 인한 피해자는 국민이다. 묻지마식 유치경쟁에 뛰어듬과 동시에 돈 먹는 경기장에 혈세를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평창동계올림픽까지 3년 4개월 정도가 남았다. 그러나 알파인스키 활강 경기장과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건설을 놓고 아직까지도 불협화음이다. 이대로라면 평창동계올림픽은 혈세 먹는 경기장과 적지 않은 빚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

평창동계올림픽은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일까. 과대 포장된 경제효과와 묻지마 유치 경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지역민이 주인공인가. 싫든 좋든 혈세 먹는 경기장 건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국민 모두가 주인공일까. 재수ㆍ삼수 끝에 일궈낸 평창동계올림픽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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