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복 한라 홍보팀 부장이사
아버지 봉분에서 내려다보이는 추수 끝난 들판은 알 거두어들인 장기판이다
통나무 그 촘촘한 결 그대로 살아 있던, 아버지 술심부름 시키려고 슬쩍 펼치시던 그 장기판이다
아버지는 항상 면상장기를 두셨는데 늘 象馬土로 수비부터 견고히 하셨다
물려줄 것 없는 너희 5형제도 이처럼 살아야 한다 하시며 兵들을 중앙으로 뭉쳐놓은 다음에야 車包 공격을 시작하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그 빗장수비만 고집하셨다. 한 번도 져주지 않으셨다
옛 생각에 이번에는 내가 먼저 청해보지만 꿈쩍도 않으시는 아버지, 내 배낭 속에 있는 것 당연히 막걸리려니 여기시는지 도무지 미동도 없으시다
하는 수 없이 휑한 장기판을 막 접으려 하는데 장끼 한 마리 들판에서 날아올라 옆 산으로 든다
한 번도 읽지 못한 包將이다
외통수에 걸린 그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