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말로윈' 컴백, 서태지가 말하는 서태지 [스타, 스타를 말하다]

입력 2014-10-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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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수 서태지입니다.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로 약 5년 만에 인사드리네요. 지난 18일 컴백 공연도 했는데, 긴장을 많이 했어요. 첫 번째 공연은 항상 긴장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민간인으로 살다가 5년 만에 공연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무대 위에서 팬들의 환호성을 듣고 긴장이 약간 풀렸고, 잘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이번에는 전국투어도 하면서 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계획 중이에요.

이번 앨범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들을 수 있는 한 권의 동화책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었어요. 1년에 걸친 앨범 및 곡 구상, 2년 반의 스튜디오 작업을 통해 완성됐죠. 가장 큰 변화는 내 딸을 생각하면서 앨범 작업을 했다는 것이에요.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은 ‘울면 안돼’라는 캐럴에서 시작된 곡이죠. ‘울면 안돼.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줄거야’라는 가사는 재밌지만 무섭기도 했어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아이에게 울지말라고 달래주는 것도 권력의 제약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다 만든 곡이에요. 선공개곡인 ‘소격동’도 마찬가지죠. 이 노래를 내 딸이 들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만들었죠. 나의 어렸을 때 이야기와 아버지가 됐을 때 느끼는 감정을 들려주고 싶었거든요. 수록곡 ‘90s ICON’도 ‘네 아빠가 90년대에 이랬던 사람인데 이런 감정들을 가지고 흘러가고 있단다’를 말해주고 싶었죠. 특히 마지막 트랙에 ‘성탄절의 기억’이라는 태교음악을 넣었어요. 아내 이은성 씨가 임신했을 때 많이 뱃속 아기에게 많이 들려줬죠. 음반 재킷 사진에도 소녀가 나오는데, 제 딸이 6~7세 됐을 무렵의 모습을 상상해서 만들었어요. 이렇게 9집을 내 아이가 같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동화같은 테마로 만들었죠. 이번 앨범의 뮤즈는 ‘삑뽁이’(태명)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 앞선 앨범들 보다 조금 대중적이라는 이유로 음악적 변절자 혹은 신비주의를 탈피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요. 크게 다르지 않아요. 가정이 생기고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생긴 여유와 행복한 느낌들이 음악에 전달됐을 뿐이에요. 오히려 대중적인 음악이라는 말을 듣게 돼서 기뻐요. 신드롬 까진 아니지만 저를 잘 모르는 어린친구들도 ‘서태지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구나’ 알아줘서 기분 좋아요. 아이유 덕을 참 많이 봤어요. 엎고 다니고 싶을 정도니까요. ‘소격동’을 만들고 보니 예쁜 노래였고, 떠오르는 가수가 아이유 씨였어요. 그의 음색은 보물이라고 생각해요. 그 기적이 ‘소격동’으로 이어졌죠. ‘크로스말로윈’ 같은 경우 음원순위가 저조하죠. 음악을 성적으로 구분하는 것보다 다양한 평가를 받고 싶어요. 학창시절에도 성적으로 등급 나누는 것을 싫어했어요(웃음).

서태지의 시대는 90년대에 이미 끝났다고 생각해요. 저를 ‘한물간 별볼일 없는 가수’라고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이제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내려놓고 싶어요. 자랑스럽지만 족쇄 같은 느낌이 있어요. 양면성이 있죠.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됐어요. 독재자 같은 느낌이라 누군가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이제 선배로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편안하게 음악하고 싶어요. 아직도 저는 음악으로 팬들과 교류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사진=최유진 기자 (strongman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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