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관리 위해 너도나도 톱스타 기용

아파트 업체들이 여배우 잡기에 혈안이 됐다. 아파트 가격을 구성하는 요인들 가운데 브랜드인지도가 분양권 프리미엄 상승의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업계는 자사의 아파트를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에 걸맞은 광고 모델을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된 것.
특히 아파트의 구매를 결정하는데 있어 주된 의사결정자인 주부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여배우가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건설의 아파트인 ‘푸르지오’의 전속모델 ‘김남주’와 GS건설의 아파트인 ‘자이’의 전속모델인 ‘이영애’.
이들은 몇 가지의 수식어구로 대표된다. ‘최고의 몸값’, ‘장수 모델’, 건설업체간 ‘톱 여배우모델 경쟁’을 부채질한 장본인 등이 그것.
둘 다 지난 2002년에 계약을 맺어 경쟁이 치열한 아파트 광고바닥에서 5년이 넘게 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것도 5억~6원대의 몸값을 자랑하며 아파트 광고모델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성장하고 있다. 보통은 6개월 단발이나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녀가 하는 것은 유행이 된다’는 카피로 세련되고 이지적인 이미지를 창출한 김남주는 30~40대 주부의 마음을 성공적으로 잡았다는 게 대우건설 측의 주장이다. 이 회사의 브랜드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푸르지오’의 이미지를 모델 한 개인이 좌지우지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각종 조사에서 보면 삼성물산의 ‘래미안’ 다음으로 인지도와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성공적이란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상태에서 “굳이 모델을 새로 바꿔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필요가 있겠냐”며 향후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김남주를 계속 기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영애는 고품격의 이미지와 함께 홈네트워크, 유비쿼터스 등에 초첨을 맞추고 있는 ‘자이’를 효과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타 아파트브랜드보다도 늦게 태어난 ‘자이’가 소비자들 뇌리에 고급 첨단 아파트로 강하게 인식될 수 있었던 데는 이영애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게 GS건설 측의 주장이다.
‘이영애 효과’는 사실 운도 따랐다.
‘자이’광고 모델로 이영애를 내보내자마자 드라마 <대장금>의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최고 시청률 기록까지 올리며 빅 히트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자이’의 이미지도 더욱 급상승했다.
이처럼 톱 여자배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은 업체들의 입장에선 여배우가 그 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고스란히 아파트로 투영시킬 수 있어 큰 수고 없이 무임승차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화건설은 최고가인 8억원을 주고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꿈에 그린’에 김현주를 모델로 기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역세권이나 입주시기가 분양권 프리미엄과 연결되는 공식이 깨졌다”면서 “대신 광고효과가 높은 여배우를 잡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아파트의 분양권은 수억원 단위의 웃돈이 붙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 동안 여자 톱모델이 없이 광고를 진행했다 점차 아파트가 브랜드화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결정하게 됐다”면서 특히 여자 모델이 각광을 받는 것에 대해 “주부들이 CF에 등장한 여자모델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하게 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계약 당시 최고의 몸값을 받는 소위 1순위 모델들이 대부분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은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차순위였던 김현주를 8억원의 고액에도 불구하고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건설업체의 입장에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여배우의 경우 수억원의 몸값에 개의치 않고 기용하고 있다. 여배우의 이미지가 래미안의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한동안 무명 모델을 내세웠던 삼성물산도 장서희를 기용하며 톱여자 모델 경쟁에 나섰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제일기획의 한 관계자는 “모델료는 밝힐 수 없지만 업계 최고 대우를 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과거 당시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탤런트 황수정을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상위업체들이 내세운 여성 빅모델 전략이 분양시장에서 먹혀들어가면서 상대적으로 브랜드력이 떨어지는 중견업체들도 가세하는 추세다. 모아건설의
‘미래도’에 하지원, 신일의 ‘해피트리’에 최지우, 화성산업의 ‘화성 파크드림’에 한가인 등이다.
이들 업체는 대중에게 생소한 신규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오리콤의 한 AE는 “신규브랜드는 소비자들이 기억할 수 있는 연상고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브랜드보다 몇 배는 더 고생스럽기 마련이다. 이때 빅 모델 전략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여우가 호랑이의 권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의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고사성어처럼 이제 갓 태어난 브랜드가 빅 모델의 영향력을 빌려 시장에 등장하는 것은 브랜드를 기억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
하지만 중견업체들이 분양시장의 붐을 조성하기 위해 묻지마식 톱 여자 모델 전략을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유명 톱 모델의 경우 다수의 CF에 등장할 경우 오히려 신생브랜드의 이미지를 흐리거나 헷갈리게 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빅 모델들이 6개월에서 1년 계약금으로 받는 액수는 대략 5억~8억원 대로 강남 20~30평대 아파트 한 채 값이다. 이들 모델료는 고스란히 분양가에 미쳐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이 문제다. 1년 계약에 6억원의 모델료는 신규 분양되는 3000세대 아파트 분양자들에게 1인당 21만원 이상의 비용을 전가시키는 꼴이다.
지금은 큰 돈이 아니지만 점차 모델료가 상승하는 추세여서 소비자들이 점차 빅 모델료를 부담해야 수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진설명: 최장수 아파트 모델로 유명한 탤런트 김남주의 대우건설 푸르지오 광고 한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