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삼성 정보팀을 벤치마킹하라' 특명

“검찰이 글로비스 압수수색을 시작할 당시 ‘공안통’으로 통하는 K모 현대기아차그룹 법무실장은 경기도 인근의 골프장에서 한가롭게 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검찰이 글로비스로 들이 닥쳤을 때야 휴대폰으로 이를 통보 받았다. 그룹 정보라인의 우두머리격인 그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정보수집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K그룹 정보팀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위에서 현대차 정보라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벤치마킹을 할 그룹 정보팀을 조사하라는 ‘특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그룹 정보팀은 ‘삼성정보팀’이 가장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총수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에 대해 손쓸 틈 없이 당한 현대차의 사례는 물론 신세계와 한무쇼핑(백화점 계열)에 대한 세무조사 및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재계는 정보수집 능력에서 가히 초일류급이라는 삼성정보팀에 대한 벤치마킹에 나섰다.

삼성정보팀은 지난해 불거진 도청 및 편법경 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방향에 대해 정보수집능력이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P기업은 기존 외부관계 담당팀이었던 ER팀을 최근 대외협력실로 격상시켰다. 과거 순수하게 대외업무를 당당하던 이곳은 각종 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할 예정이다. P기업은 나서서 삼성정보팀을 벤치마킹했다고 밝히고 있지 않지만 새로 정보팀을 보강하면서 삼성정보팀의 운영체계를 상당부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이미 삼성의 정보력은 국가정보원의 수준이거나 그 이상일 수 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해외 정보수집에 있어서는 국정원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해외법인 등의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올라오는 정보의 양과 질은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에 대해 청와대보다도 삼성이 먼저 감지했던 사례가 삼성 정보수집능력의 수준을 보여준다.

삼성의 정보팀 운영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정보 수집 자체가 비밀리 진행되기 때문이다. 삼성의 정보조직은 크게 두 개의 기구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룹 구조본부 산하의 기획 홍보팀과 이학수 그룹 구조본부장 밑에 구성된 대외협력단이 주축이다.

우선 기획홍보팀에는 ‘전략지원그룹’이라는 부서가 있는 데 이 곳이 정보수집의 핵심 조직이라 할 수 있다. 그룹 책임자는 국정원 출신의 변 모 전무 이며, 차장급으로 구성된 10여명의 충성조직으로 포진돼 있다. 이들을 ‘충성조직’으로 지칭한 이유는 공채 출신의 삼성맨으로 막강한 인맥으로 무장해 있으면서 이 인맥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성조직은 정계 및 관계, 재계는 물론 학계, 언론계 등 사회 전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흡수하고 있다.

기획홍보팀과는 별도로 삼성은 또 다른 정보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학수 구조조정 본부장의 직속인 대외협력단으로 별동대와 같은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대외협력단은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진출할 때 만들었던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설기구이다보니 정규적인 정보수집활동을 벌이기보다는 정관인맥이 두터운 200~300여명의 계열사 임원들이 수시로 정보를 채집하여 보고한다. 한 달에 한번씩 정기 정보회의를 가지며 이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이학수 본부장이 종합하여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에게 보고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상설조직이기는 하지만 정보수집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은 임원은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열의가 높다.

위의 두 조직은 정보 수집에 주 업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회 전반의 인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룹의 위기가 처했을 경우 바로 로비조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정보팀이 갖고 있는 파워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 정보와 함께 해외정보는 대외협력단과 해외지사 및 주재원, 연구원들에 의해 정기 및 수시로 정보보고를 받고 있다.

수집된 정보는 그 양이 엄청나기도 하지만 진위여부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정보의 채집과 함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분석팀도 비중 있게 삼성은 운영하고 있다.

과거 ‘정보는 곧 돈이다’라는 말이 정보팀의 슬로건이었다. 최근에는 ‘정보는 곧 기업의 흥망(興亡)이다’라는 유행어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만큼 '정보'는 회사의 존립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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