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총수들 회장단 송년회 불참
지난 7일 저녁, 올 한해를 마감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단의 송년회가 열렸다. 재계에선 올 한해만큼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적이 없었고, 지난 11월 회장단 모임에서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직접 "이번 송년모임에는 구본무 LC그룹 회장을 모실 생각"이라고 밝히자 재계에선 총수들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격호 롯데 회장과 신동빈 롯데 부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소위 '재계 빅6' 총수들이 모두 불참했다.
결국 김준기 동부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 재계 총수 7~8명만 참석하는 조촐한 모임이 됐고 전경련은 사전에 참석률이 저조할 것으로 보이자 연례행사였던 언론사 포토타임도 생략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모임인 전경련이 재계총수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한마디로 월 1회 모이는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지난 10월에 열렸던 회장단 모임에도 이건희, 구본무, 정몽구, 최태원 등 4대그룹 총수 누구 하나 참석하지 않았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회장단회의의 위상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이때 부터다.
이에 대해 전경련측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강조한다. 이 관계자는 최근 3년간 1차례정도 참석했던 이건희 회장이 "올해 2차례나 참석했고, 정몽구 회장도 2차례, 최태원 회장은 3차례나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빅 6가 모두 참석한 적은 한번도 없고 구본부 회장과 김승연 회장은 올 해 전혀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다. 일례로 정몽구 회장이 3년만에 전경련에 모습을 보인 지난 6월, 만찬장소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재계의 얼굴마담이었던 전경련이 이처럼 위상이 실추된 데는 과거와 달리 소위 실세 회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61년 전경련이 설립될 당시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초대 회장으로 있으면서 위상을 정립했고 77∼87년에는 고(故) 정주영 현대 회장이, 87∼89년에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93∼98년에는 고(故) 최종현 SK 회장이 맡으면서 명실공히 재계를 대표하는 정부의 카운트 파트너로서 위상을 드높였다. 이때가 전경련의 황금시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현재 전경련의 리더십은 표류 중에 있다.
올 초 이건희 회장을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했지만 결국엔 무산됐고, 올 한해 조건호 전경련 부회장이 구본무 회장을 세 번이나 방문했지만 지난 99년 반도체 빅딜 이후 6년 간 구 회장은 전경련을 잊었다.
이에 대해 조건호 부회장은 "내 생각에는 예전 ‘반도체 빅딜’때 재계에 대한 감정이 아직 풀어지지 않은 것 같다" 토로하기도 했다.
그나마 두 차례 전경련에 모습을 비췄던 정몽구 회장도 사실 마지못해 참석했다는 느낌이 짙다. 지난 6월엔 현대차의 미국 현지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재계 인사들에게 답례 차원에서 만찬을 베풀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11월10일 다시 전경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초청 만찬을 주관했던 정 회장은 정작 이튿날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계총수들이 전경련에 등돌린 사연은 한때 전경련이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첨예한 사업이권이 걸린 사안에서 정부의 눈치를 너무 봐 기업의 입장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서부터였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에선 전경련의 위상이 하락하면서 정부에게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현안을 조율하는 전경련 본연의 기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