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의 변신은 무죄(?)

소버린 사태 이후… 최 회장 얼마나 변했나

'최태원 회장 찬성 60.63%, 반대 38.17%’.

지난 3월 11일, SK 정기주총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등기이사에 재선임됐다. 최태원 회장이 2년간의 소버린의 공세를 뿌리치고 경영권방어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이 순간 최 회장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지난 2003년 소버린이 SK의 지분 14.9%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경영권 분쟁으로 2년 동안 최 회장은 SK그룹의 경영일선에서 한 발자국 물러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소버린을 기억 속에 지워버리고 맞는 첫 연말이 됐다.

◆ 사회봉사에 여념없는 회장님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자 마자 내세운 경영화두는 ‘이미지 메이킹’이다. 사실 국내 재벌그룹에서 총수가 차지하는 위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총수의 이미지가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대변하기까지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 회장의 입장에선 그 동안 법적인 문제와 더불어 경영권 분쟁까지 연루돼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이미지 메이킹’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사회봉사에 여념없는 회장님’이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올해 정신지체 장애우 40여 명과 ‘쿠키 만들기’에 참가하는가 하면 직접 ‘빵 굽기’에 나서기도 했다.

심지어 '연탄까지 나르는’ 최 회장의 사진이 언론에 실렸다. 모두 불우이웃을 도우려는 젊은 대기업 총수의 땀과 노력이 진하게 배어있는 ‘감동어린’ 모습들로 구성됐다.

최 회장은 이처럼 주로 봉사활동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헌신하는 기업인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쌓은 한해가 됐다.

외모도 바꿨다. 직원들은 물론 대외적으로 좀더 친근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친근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다.

원래 성격이 무뚝뚝한 체질이라 말을 않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있으면 자칫 화가 난 듯하게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래서 헤어스타일도 이마를 넓게 보이도록 올렸고 될 수 있는 대로 웃는 표정을 짓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지에 손을 넣고 있는 자세도 지양하고 있다. 자칫 딱딱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이런 외향적인 변신 속에는 무엇보다도 최 회장의 생각 자체가 변했다는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 60~70년대에는 뛰어난 경영자 1명이 기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지만 현재는 다르다. 지금처럼 경영환경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는 권한을 위임하고 여럿이 의사결정을 해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최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것이다.

◆ 1인경영체제탈피 '시스템 경영'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지도 강해졌다.

"나는 재벌이라는 말이 싫다. 그룹이라는 말도 재벌이라는 지배구조에서 나온 것인데 그런 지배구조가 과거엔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을 이끄는 시스템이다. 누가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독립된 각 기업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일을 추진하는 시스템을 가졌느냐는 것이다. 시스템이 경쟁력이고 SK도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처럼 개별 기업 스스로 생존조건을 갖추고 자율적으로 회사의 미래를 의사결정할 수 있는 조직으로 빠르게 전환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경영권이 안정되자 마자 이사회 경영을 주창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사회를 통해 ‘갑론을박’을 하는 과정에 좋은 아이디어가 새롭게 나올 수 있고 결정도 좀더 투명화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현재 SK의 이사회 구성은 10명 가운데 7명이 사외이사(비율 70%)로 구성될 정도 외부의 입김이 만만치 않다. 미국의 GE도 사외이사 비율이 75%인 것을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일인(대기업 총수)지하, 만인지상’의 시대는 지났다는 것.

이사회 중심 경영에 대해 최 회장의 의지는 다음과 같이 확고하다.

“이사회 중심 경영은 이제 싫다고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생존의 문제다. 왕도가 없다. 좋은 CEO라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이사회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다 보면 처음에는 효율성이 좀 떨어지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힘들다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해야 한다. 나중에 주주에게 심하게 혼나는 것 보다는 이사회에서 야단맞는 게 낫다.”

최 회장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주장이다. 기업의 목적이 기본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기업이 돈을 벌어서 전체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행복추구’ 경영을 하나 더 집어 넣은 것이다.

지난 79년 고 최종현 회장이 만든 SK의 경영대전으로 불리우던 ‘SKMS’를 25년 만에 개정한 내용에도 이런 내용이 새롭게 담겨졌다. 그룹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면 최 회장은 현재 모든 것을 ‘행복지수’의 잣대로 보고 있다.

10년 만에 바뀐 회사 로고도 이런 변화의 필요성에서 기존의 강력한 빨강색을 중화 시킬 수 있는 따뜻한 느낌의 주황색을 섞었다고 한다.

◆ 최 회장의 변신 '계열사 최대 실적'반영

이런 최 회장의 변신은 계열사들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으로 나타났다. 올해 SK그룹의 총 목표 매출은 5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계열사 가운데 매출액 10조원이 넘는 기업은 SK,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으로 모두 지난해 보다 높은 경영실적을 예상화고 있다.

지난해 17조원 매출을 올린 SK는 올해 매출 목표를 20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지난 3분기 매출 5조 7549억원, 영업이익 3331억원 달성으로 정유업계 최초로 연 매출 20조원 달성이라는 신기록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9조7000억원 매출을 기록한 SK텔레콤은 올해 예상 목표액인 10조원을 달성할 예정이다. 지난 3분기동안 분기 사상 최고실적을 올려 매출 2조 5955억원, 순이익 5879억원을 기록했다.

워크아웃 조기졸업여부는 채권단의 결정에 달려있지만 연말이면 조기졸업 요건을 다 갖춰진 SK네트웍스의 실적도 눈에 띈다. 지난해 13조 6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던 SK네트웍스는 올해 예상 매출액 15조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에 매출액 3조 8052억원, 순이익 69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이사회 결정에 따라 서울 서린동 사옥을 매각할 정도로 변신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최태원 회장은 '실천이 중요하다'는 좌우명대로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고 있고 고스란히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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