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형제 경영’이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최재원 SK E&S(옛 엔론) 부회장(대표이사)이 한 축이라면 최신원 SKC 회장·최창원 부사장이 다른 한 축으로 그룹을 지탱하고 있다.
SK는 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에서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으로 경영권이 이어졌고, 현재는 고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으로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SK 그룹 내에 최태원 회장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SK E&S에 대표이사로 포진해 있고, 텔레콤과 정유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지만 최태원 회장의 사촌이자 창업주의 아들인 최신원·창원 형제가 SK캐미칼을 맡아 화학부분을 이끌고 있다.
따라서 재계는 이들 사촌간의 양대 축을 중심으로 오너일가의 개별 사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며, 이들의 경영 능력에 따라 SK의 미래 모습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감 되찾은 최태원·재원 형제
최근 최태원 SK회장을 보는 주변의 시각은 “확실히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다”라는 말로 정리된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수감생활과 ‘2년 간 소버린과 경영권 전쟁’ 등으로 시달렸던 최 회장이 올해 들어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여러모로 신경을 쓰는 것과 병행하여 계열사의 구조조정과 그룹 CI 변경 등을 통해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
최 회장의 자신감은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난 해외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올해 초 홍콩 해외IR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터키, 쿠웨이트, 싱가포르등 등 현재까지 3개 대륙 6개국 방문했다. 거리만 따져도 8만5000여 킬로미터로 지구 두 바퀴 돈 셈이다.
최 회장의 이러한 강행군은 그만큼 경영권 확보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왔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이러한 자신감을 발판으로 SK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고히 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후진타오 중국 주석, 톨레도 페루 대통령, 쩐 득 르엉 베트남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최 회장이 이번 부산 APEC에서 만난 국가 정상들만 해도 5명에 달한다.
이번 달 말부터는 이해찬 국무총리의 중동 순방에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기업인 간담회, 비즈니스 포럼 등 민간 에너지 외교 활동 펼칠 예정이다.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의 부활도 눈에 띈다. 최 부회장은 지난 10월 SK엔론(현 E&S)의 대표이사로 발령받아 경영전면에 나섰다.
사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3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뒤 경영책임의 이유로 오너 일가 동반퇴진 결정에 따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선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을 회복했다는 자신감이 들자 바로 동생을 부른 것이다.
일부에선 “분식회계에 대한 오너 일가의 책임을 묻는 것을 너무 일찍 끝낸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지만 그룹 내에서 몇 안 되는 파이낸싱 및 기획전략통으로 알려진 최재원 부회장은 지난해 SK엔론으로 옮겨와 합작사인 엔론측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 받는 성과를 내며 당당하게 일어섰다.
이제 관심거리는 최 부회장의 다음 행보다.
최 부회장은 사실상 장기구상 중에 있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동안 합작사였던 엔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해 사업을 제대로 펼치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제 엔론과의 지분정리를 끝난 상태라 내년사업은 물론 중장기 플랜을 수립하는 데 여념이 없다는 것. 우선 독립법인의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최 부회장의 위상과 그룹내의 권력구도를 볼 때 이르면 내년이라도 최 부회장이 SK텔레콤을 비롯한 핵심 계열사 CEO로 옮겨가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SK는 여전히 최 부회장이 부각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정중동’ 최신원·창원 형제
최태원·재원 형제가 눈에 띄는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최신원·창원 형제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내부적으론 활발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지분확보다. 최창원 SK캐미칼 부사장은 최재원 부회장 소유의 캐미칼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최태원 회장의 지분(6.84%)보다 많은 10.32%의 지분을 보유하면 경영권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다.
일부에선 이런 최 부사장의 행보를 놓고 “분가가 임박했다”라는 분석을 쏟아냈지만 내부적으로 ‘SK간판을 단 상태가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상태다.
다음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역랑 강화다. 지난 4월 최신원 회장은 SK제약을 흡수했으며 다음달 초엔 ‘SK유화’를 새롭게 설립하며 기존 정말화학을 기반으로 제약과 생명공학으로 집중하고 있다.
한편, 최재원 SK E&S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것과 달리 최창원 부사장은 대표이사직을 갖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직은 오너이자 경영인으로서의 책임을 진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