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구본무 회장, '디자인 경영' 강조

삼성 이건희 회장, 이건희폰에 이어 실버폰 제안... LG 구본무 회장, 디자인센터 2곳 방문 독려

전자업계의 라이벌인 삼성과 LG의 총수 이건희 회장과 구본무 회장이 약속이나 한 듯 최근 들어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각자 자신의 생각을 담은 디자인을 제안하는 등 이른바 '디자인'경영을 펼치고 있어 화제다.

디자인 경영의 효시는 단연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은 몇 년전 당시만 해도 '보다 작게'라는 휴대폰 트랜드에 역행하는 큰 액정화면과 손에 잡기 편리한 몸체, 누르기 쉬운 버튼 등의 속칭 '이건희폰'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동양인과 달리 서양인은 손이 커서 작은 휴대폰을 좋아할 리 없고, 젊은 층에 비해 손동작이 부자유스럽고 눈이 어두운 노년층에게도 불편할 것"이라면서 '이건희폰'의 탄생을 지시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 경쟁사 제품 호텔방서 분해 조사

'이건희폰'은 그 해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평상시에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디자인 CEO다. 그는 "삼성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일본의 소니 제품처럼 독특한 아우라(aura)가 있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곤 한다.

이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경쟁사의 전자제품을 일일이 해체 및 다시 조립해 소비자가 가장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공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외국 출장 때 머물렀던 호텔 방에서 밤늦도록 경쟁사의 VCR을 해체하여 어떤 디자인적인 특징을 갖춰는지를 일일이 확인했던 일화는 삼성전자 내에서 이미 널리 회자되기도 한다.

이 달 중 미국에 출시될 예정인 '지터벅'도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 감성이 담긴 휴대폰이다. 이 회장은 휴대폰 사용자가 젊은 층에서 갈수록 노년층까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한 휴대폰을 만들 것을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에게 주문했다.

결국 버튼은 0에서 9까지, 그리고 다양한 기능 버튼이 담겨져 있는 종래의 버튼 대신 교환원·911(비상전화)·지정번호 연결용 등 3개정도의 버튼이 담겨져 있어 노년층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실버폰을 만들게 된 것이다.

◆ 구본무 LG회장, “디자인으로, 고객 감성 사로잡아라”

이건희 회장과 마찬가지로 구본무 LG회장도 최근들어 부쩍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4일 역삼동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한데 이어 11일 LG화학 인테리어디자인센터를 방문, 일주일 간격으로 주력 계열사의 디자인 현장을 방문하는 디자인 경영을 펼쳤다.

이 자리에서 “고객의 감성을 사로잡고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시킨 디자인을 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구 회장은 지난 4일 디자이너 400여명이 상주하는 역삼동의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했을 때, LCD TV, PDP TV, 모니터 등 디스플레이제품의 두께, 버튼조작 등과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내부공간 디자인까지 일일이 살피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여성 및 중장년층 고객의 사용 편의성을 높인 차별화된 휴대폰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지금까지 해오던 개별제품 위주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고객의 생활공간 전반에 대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총체적인 디자인에 힘을 쏟아달라”고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재계에선 "가전업계의 맞수인 삼성과 LG가 기술 경쟁에 이어 디자인 경쟁을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원을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설명: 디자인센터를 방문한 구본무 LG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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