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과천에서 세종시로 떠나는 심경

김효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정책과 사무관

우리부 세종시 이전 일정이 정해지면서 잠시였지만 그간 근무해온 과천은 어떤 곳이었는지 생각해볼 계기가 생겼다. 과천에서 처음 방문한 곳은 아마 서울랜드였었는데, 그땐 거기가 과천인지도 몰랐다. 내 기억에 첫 방문은 중앙공무원교육원에 면접을 보러 간 날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은행나무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면접 때 내 답변들을 되뇌면서 후회도 하고 홀가분함도 느낄 수 있었다. 과천에서 근무할 수 있을 거라고 그때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과천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과천에서 2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느낀 것은 참 살기가 좋은 곳이라는 점이다. 서울이랑 가까운 반면 조용하고 붐비지 않고, 높은 건물도 많지 않다.

이런 좋은 곳을 두고 세종시로 가려니 마음이 무겁다. 충청남도 연기군이 세종특별자치시로 그 명칭이 바뀌었으나, 1년 사이에 그다지 큰 변화가 생겼을 것 같지는 않다. 2010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때에도 이미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긴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세종시가 아니라 어디 무인도에서 근무해야 한다 할지라도 공무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얘기했었는데 현실이 될 줄이야…….

물론 가족과 떨어져서 좀 덜 개발된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 약간은 걱정이 되지만, 좋은 점도 있을 것 같다. 세종시는 한반도의 중간쯤에 있어서 주말을 활용해서 우리나라 아름다운 곳을 속속들이 여행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자주 여행을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생각은 그렇다.)

또, 한 가지 장점은 혼자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한 경험은 있지만, 혼자 살아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혼하기 전에 한 번쯤 혼자 살아보는 경험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좋은 점을 더 생각해보고 싶지만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우리부 직원에게 세종시는 기대되는 부분보다는 아직까지는 걱정되는 요소가 더 많은 곳인 듯하다.

과천에 처음 청사가 들어섰을 때, 남태령 그 큰 길이 왕복 2차선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왕복 8차선이다. 도로의 폭이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냐만, 그 폭이 늘어난 만큼 과천은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곳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를 비롯한 그곳에 거주해야 할 사람들이 조금씩 노력한다면 세종시도 과천처럼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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