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재판 ‘김원홍 변수’ 없었다… 상고심에서는?

재판부 “김원홍, 자기과시에 허무맹랑… 신빙성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 항소심에 ‘김원홍 변수’는 없었다.

SK그룹 횡령 사건의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둔 26일 사건의 중요 인물인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국내로 송환되며 일각에서는 재판의 흐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은 전혀 신빙성이 없다”며 선고를 강행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27일 선고공판에서 “김원홍의 인간됨을 보면 객관적 상관성 뿐만 아니라 신빙성이 없다”며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을 믿을 수 없는 이유로 SK 재무실 직원인 박모씨의 보고서를 꼽았다. 박모씨는 당시 김 전 고문이 ‘1993년 직전에는 글로벌 5대 그룹 회장이었다’, ‘사시·행시 합격자 등 제자가 300명 이상이다’, ‘정보수집 능력이 삼성을 능가한다’ 등의 말을 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재판부는 “자기과시적이고 허무맹랑하고 거짓된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부는 증거로 채택된 김 전 고문과 최 회장 형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의 통화기록 녹취록도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녹취록은 김 전 고문과 김준홍 전 대표가 최 회장 형제를 속이고 범행을 주도했다는 내용으로, 김 전 대표는 증인신문에서 이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녹취록에는 실제로 객관적인 증거로 볼 수 없는 일방적인 주장만 있다”며 “결론적으로 최 회장의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은 탄핵증거로 가치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 부회장의 자백, 김 전 대표의 진술, 그 밖의 각종 정황 증거 등을 통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특히 이에 부합하는 김 전 대표의 진술은 명백하게 믿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김원홍 전 고문을 신문하지 않은 채 선고를 내리면 사건의 본질을 알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7월 11일 공판에서 “(김원홍이) 뒤에 숨어서 이 사건을 기획·연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하며 김 전 고문을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김원홍 전 고문을 핵심 인물로 지목한 뒤 현저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며 “최 회장이 이 펀드가 그룹차원의 전략적 펀드라고 밝혔고, 김 전 고문과의 전화통화 기록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정 변경이 없었더라면) 재판장의 성격상 (신문을) 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이런 사정이 생긴 이후이기 때문에 김 전 고문을 신문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원홍의 범행은)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별도로 다뤄지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설명에도 ‘김원홍 변수’가 아직 남아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최 회장 측이 김원홍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해줄 것을 재판부에 줄곧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갈 경우 ‘심리 미진’을 이유로 파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상고에 대해 “일단은 판결문을 받아본 뒤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태원 회장은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최재원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 받은 1심을 깨고 징역 3년 6월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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