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로·학자들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 대통령, 국민설득해야”

정치권에도 쓴소리 “‘복지는 달고 증세는 쓰다’니, 어떻게 만족시키나”

정부가 ‘중산층 증세’라는 반발에 밀려 전례없이 세법개정안 수정안을 내놨지만, 복지확대와 이를 위한 증세 필요성을 둘러싸고 논쟁이 여전하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 이장규 서강대 초빙교수 등 경제원로 및 학자들은 최근 이투데이와 잇달아 가진 인터뷰에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부 기조부터 바꾸고 증세해야만 복지확대와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장규 교수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은 사탕발림도 아닌 거짓말”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때 증세 않겠다고 한 말은 세목 신설·세율 인상을 않겠다는 것이지 세금을 더 걷지 않겠다는 게 아니었다, 세금으로 복지 문제 해결해야 한다는 게 대전제’라고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훈 교수 역시 복지확충을 위한 증세 필요성을 언급한 후 “박 대통령이 증세하지 않겠다고 대선 때 공약했지만 대다수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고 크게 부담 느끼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다.

장하준 교수는 “증세 없이 어떻게 복지지출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에서 선진국처럼 20,30%로 올릴 수 있겠나”라며 “증세 없는 복지는 기껏해야 4,5년 얘기지 장기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정부가 차라리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지만 이번 기회에 3,40년 후 복지를 어떻게 할지 얘기해보자’고 나섰으면 한다”며 “복지확대와 세금인상 수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면 이번과 같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증세의 구체적 방안으로는 현재 10%인 부가가치세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강봉균 전 장관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복지를 늘리려면 세수확보가 확실히 보장되는 부가세를 인상해야 한다”며 “유럽의 복지국가들도 부가세 인상으로 복지재원을 조달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강 전 장관은 그러면서 “부가세율을 현행 10%에서 12%로 올리면 해마다 약 14조원이 더 걷힌다”고 분석했다.

이장규 교수도 “부가세가 1997년 만들어진 후부터 지금까지 10%인데 15,20% 되는 나라도 많다”며 “박근혜정부가 정권 생명을 걸고 부가세를 2% 정도 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40% 국민들의 경우 단돈 100원이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도 했다.

표를 의식, 증세문제에 소극적인 정치권에 제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강봉균 전 장관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기초자료일 뿐 국회에서 여야 줄다리기를 통해 결정된다”면서 “‘복지는 달고 증세는 쓰다’는 정치권을 만족시킬 방법은 없다”고 쓴소리했다.

장하준 교수는 세법개정안 원안을 ‘세금폭탄’으로 규정했던 민주당을 향해 “양적으로도 폭탄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렇게 표현하면 앞으로 복지 또는 세제 개혁에 대한 합리적 논의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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