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 이야기]일본의 ‘총중류’와 한국의 ‘중산층’

이준훈 시인·KDB산업은행 부장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일본경제의 장기침체는 사회구조를 크게 변화시켰다. 소득계층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소위 ‘M'자 사회가 등장했다. 중류사회가 붕괴하면서 상류층과 빈곤층이 대폭 증가해 소득계층이 ‘M’자형(型)으로 재구성된 된 것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80년대까지 일본인의 90%가 자신은 ‘중류(中流)’(또는 ‘총중류(總中流)’)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 이 총중류가 소득의 양극화로 인해 ‘중상류’와 ‘중하류’로 분화했다. 2004년 기준으로 상류계층이 4.9%, 중상류계층 16.2%, 중하류층이 41.5%, 하류계층 37.4%로 ‘구조조정’됐다는 것이 오마에 겐이치의 분석이다. 중상류 이상이 21.1%, 중하류 이하가 78.9%가 돼 단적으로 2:8의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2004년 이후 일본 경제가 침체를 지속했으니 분화가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개선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중산층은? 우리나라 중산층 통계는 대부분 가구를 단위로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에 따른다. 즉, 중위소득의 50% 미만을 빈곤층, 50%~150%를 중산층, 150% 초과를 상류층으로 본다. 중위(中位)소득이란 대상 가구 전체를 한 줄로 세웠을 때 중간등수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미국(센서스국)은 중위소득의 50~200%를 중산층으로 보는 입장이라고 한다.

최근 발표된 맥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 중산층은 67.5%, 상류층은 20%, 하류층은 12.5%이다. 그러므로 중위소득 연간 약 4200만원(3만7000달러)의 50%인 2100만원부터 150%인 6300만원인 소득가구가 우리나라 중산층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세전으로 월 175만원부터 525만원 사이. 차이가 꽤 크지만 기준상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중산층 가구마저 55%가 적자라는 것이 맥킨지 보고서의 내용이다.

하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중산층은 얼마나 될까. 모 TV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조사에 응한 33%만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답했다. 전체 가구의 50% 정도가 심리적 빈곤층이라는 말이 된다. 우리나라의 중산층도 일본처럼 ‘중상류층’과 ‘중하류층’으로 분화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새정부는 중산층을 임기 내에 70%까지 복원하겠다고 한다. 현재의 67.5%에서 2.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통계적 중산층 70%보다 심리적 수치인 33%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서민경제는 ‘체감’에 달려 있고 중산층은 통계보다 ‘심리’의 문제니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