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동산담보대출 사실상 개점휴업

은행들 "금감원이 실적 공개 하지말라 지시"

부동산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지원을 위해 시행된 동산담보대출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자가 적어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고 담보물 관리 및 사후 처리시스템 등 제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산담보대출을 실시하고 있는 20여개 은행들은 올해 동산담보대출 실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은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계, 재고자산, 농수축산물 등을 담보로 한 동산담보대출을 도입했다. 당국의 지속적인 대출 확대 요구로 지난해 말 동산담보대출 실적은 당초 목표액(2000억원)의 두 배 수준인 3485억원(1369개 업체)을 기록,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올 들어 3달간 은행권 평균 대출실적은 은행별 차이는 있지만, 100억원 이내로 올해 목표(1조8000억원)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초반에 실적이 반짝 증가했지만 지금은 대출이 거의 없다”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동산 가치의 절반 수준을 인정받는 은행권 동산담보대출보다 가치를 90% 이상 반영하는 사채시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금감원이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해) 실적을 언론에 공개하지 말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재고자산 등은 제외하더라도 농축산물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향후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 힘들다”며 “담보물 관리 시장은 물론 경매사이트가 시급히 구축되야 한다” 고 말했다.

담보물 처리 경매사이트는 자산관리공사가 당초 지난해 말까지 구축키로 했으나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관리공사는 현재 시스템을 개발 중으로 올해 8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지만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보험사와 저축은행까지 동산담보대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은행권 영업점 경영실적평가(KPI)에 동산담보대출 취급 실적을 반영키로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일단 확대하고 보자는 전형적 전시행정”이라며 “경영평가에 실적을 반영하면 상환능력 검토를 소홀히 하게 돼 대출부실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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