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스·제네시스 틈새 공략 나서…BMW·벤츠 등으로 옮겨간 고객 타깃

기아차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K9 신차발표회를 열었다. 3년 8개월여 만에 기아차 신차발표회에 참석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K9은 첨단 기술이 집약된 최고 수준의 차”라며 “K9이 기아차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회 내내 미소를 머금은 채 신차 발표 장면을 지켜본 정 회장은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성을 다해 만든 K9이 마음에 든다”며 “두고 봐야 하지만 잘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에쿠스·제네시스 틈에서 수입차 정면 공략=K9은 현대·기아차가 현재 판매 중인 대형 승용차 중에서 두 번째 등급의 차다. K9는 최고 등급의 고급 대형 세단인 현대차 에쿠스와 제네시스 사이에서 틈새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가격과 제원, 성능 면에서 K9은 현대·기아차의 고급 세단 3총사 중에서 중간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K9의 가격은 3.3 프레스티지 트림 기준으로 5290만원이다. 에쿠스 럭셔리 트림보다 1400만원 싸고, 제네시스 그랜드 트림보다 1000만원 비싸다.
K9은 크기 면에서도 제네시스보다 크고, 에쿠스보다 조금 작다. 실내 공간의 기준이 되는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는 K9과 에쿠스가 3045㎜로 같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K9이 기아차의 기대대로 새로운 틈새시장을 형성하면 성공이겠지만,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 기존 시장을 침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K9의 진정한 과제는 수입차와의 경쟁 우위 여부다. 기아차는 수입차로 옮겨 간 고객 수요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K9을 개발했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정몽구 회장 역시 “서울 시내에도 좋은 차가 많이 다니지만, K9도 그들과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고 자신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K9의 수입 브랜드 경쟁상대로는 BMW의 7시리즈와 벤츠의 S클래스 등이 꼽히고 있다. 두 모델 모두 각 브랜드에서 플래그십 세단으로 꼽히는 차들이다.
디자인에서 K9은 유럽 차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다. 성능과 가격을 따졌을 때도 K9이 수입 모델에 비해 근소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수입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의 3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비슷한 능력치의 성능을 구현해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K9이 수입 대형 세단의 수요를 일정 부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K9이 수입 명차 브랜드와 당당히 겨룬다는 것은 기아차의 기술력과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글로벌 톱 클래스 반열에 올랐다는 증거”라며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고급 대형 세단의 해답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침체된 내수 시장 속에서 K9이 월 평균 2200대 이상의 판매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에쿠스가 월 1000대, 제네시스가 월 1500대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K9의 아랫급 모델인 K7도 월 1300대 수준이다.
그러나 기아차는 ‘신차 효과’를 기반으로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통상적으로 신차가 출시되면 해당 모델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데다, 대형 세단을 구매하고자 하는 주요 고객층의 기대 수요가 상당히 높고, 사전 마케팅 과정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내수 시장 활황 여부에 따라 K9의 흥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내수 부진 속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수입차의 수요를 따라잡는다면, K9이 내수 시장 부활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